강원도 원주시 지방자치단체 홍보소식지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욕설이 쓰여진 만평이 게재돼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원주시와 포털검색사이트에 따르면 원주시가 지난 1일자로 발행한 '원주 행복' 제230호 12면 만평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제목으로 '호국영령'이라고 쓰인 비석 앞에 묵념을 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비석 아래 제단 옆에 적힌 상형문자 모양의 문구를 세로로 살펴보면 '이명박 XXX, 이명박 XXX' 이라는 욕설이 쓰인 것.

언뜻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만평을 세로로 세워보면 글자의 좌우가 뒤바뀐 해당 문구가 보인다. 현직 대통령을 향한 심한 욕설이 실린 시 공식 홍보물이 전국으로 배달된 셈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 17일 오후 한나라당 관계자가 원주시에 전화를 걸어 대책을 요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주시관계자는 "만평을 그리는 사람으로부터 메일을 받고 그림을 확인했는데 이렇다할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을 모욕하는 글이 숨겨져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조문 시점이었던 것 등이 영향을 준 것 같다"며 "해당 시사만화가를 즉각 불러 엄중 질책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원주시는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행복원주'에 대한 수거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제작, 배포된지 2주가 넘은 상태라 수습하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행복원주'는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시정 홍보지로 2만2000부 가량 제작돼 시민과 읍·면사무소, 동주민센터로 배송되고 1500여부는 다른 시도에 거주하는 원주 출신 인사들에게 발송된다.

해당 만평을 그린 시사만화가 최모씨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될 줄을 몰랐다"면서 "조만간 만평과 관련한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네티즌은 "상식에 맞는 비판을 해야지 호국영령의 비석에 저질스런 쌍욕을 새겨놓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비난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논란이 된 만평에 대해 욕설이 담기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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