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교 시절부터 겪은 학습장애로 낙제를 거듭했습니다. 겨우 들어간 대학도 두 번이나 옮겨다녔지요. 그러나 온갖 어려움 끝에 템플대학에서 학습장애를 극복하고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스물세 살에 대학에서 만난 아내와 두 딸을 낳은 후 젊은 정신의학 전문가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서른세 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어 전신이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극심한 우울증과 아내와 누나,부모의 죽음을 차례로 겪으면서 삶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거듭합니다.

사고를 당한 지 이십 년 뒤 두 살 난 손자 샘이 자폐증 진단을 받자 그는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편지에 써서 보냈습니다. 이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인생의 지혜서' 《샘에게 보내는 편지》였지요.

그는 '휠체어를 탄 치유의 마술사'로 불리는 대니얼 고틀립입니다. 이번에 내놓은 책 《마음에게 말걸기》(문학동네 펴냄)에서는 '슬픔'과 '고통'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과 교감의 폭을 넓히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모든 상처를 딛고 일어나 희망을 향해 전진하라고 명령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혼자 자신의 상처와 기억을 억누르느라 지칠 대로 지친 이들에게 그의 아픔을 털어놓고 이해와 공감의 문으로 안내합니다.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환자 안에는 그를 고칠 수 있는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여기에 이 말을 추가하고 싶다. 환자를 치유하는 사람 안에도 도움이 필요한 상처받은 환자가 있다. '

이 책을 읽다보면 네 명의 의사와 환자가 서로 만나 삶에 대한 소통의 축제를 벌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한동안 마주하기 두려워했던 자신의 '마음'에게도 말을 걸어보고 싶어질 겁니다. 모든 환자 안에는 그를 치유할 수 있는 의사가 살고 있듯이 우리 인생에 대한 열쇠도 우리의 마음이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