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임금 및 토지임대료 인상과 관련한 북측의 무리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근로자 임금을 현재의 4배 수준인 월 300달러, 이미 완납한 토지임대료도 납부한 액수의 31배인 5억달러를 요구한 것과 관련,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북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남북 당국간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19일 속개될 예정인 상황에서 최고 통치자가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관한 한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밝힌 것은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한 `마지노선'을 설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았다.

특히 "북한이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면 개성공단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현재로선 대답할 수 없다"고 밝힌 대목에서는 `개성공단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도 뉘앙스의 차이가 감지됐다.

그간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통행을 막았다 풀기를 반복하고 근로자를 80일 가까이 억류하고 있음에도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누차 밝혀왔다.

그런 점에서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향후 협상에서 임금.토지임대료 등과 관련한 무리한 요구를 고수하며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나가라'는 태도를 보일 경우 추가적인 양보없이 공단에서 나갈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물론 공단에서 철수하는 문제는 상당부분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결정할 일이긴 하지만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대다수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목소리를 반영, 협상에 앞서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19일 협상에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따라 개성공단의 명운이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만약 북한이 이 대통령의 방침에 반발하며 향후 협상의 여지를 차단할 경우 개성공단은 중대기로에 설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또 억류 근로자 유모씨 문제와 관련, "미국 여기자와 함께 조건없이 석방하길 요구한다"고 강조, 이 문제를 개성공단 운영의 본질적 문제로 보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