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슈퍼 GS수퍼마켓 등 유통업체들이 대형슈퍼마켓(SSM)을 새로 열 때 등록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신고만 하면 가능한 '기업형 SSM' 출점이 대형마트 수준으로 까다로워지는 것이어서 유통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슈퍼 400개 넘어서

16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최근 당정협의를 갖고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에만 적용돼 온 개설등록제를 '대규모 점포의 직영점'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마련,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또 이 법의 시행규칙을 고쳐 점포 개설 등록을 신청할 때 지방자치단체에 '지역협력사업 계획'을 제출토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유통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에까지 SSM을 내면서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 슈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 · 여당이 SSM 확장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홈플러스익스프레스(삼성테스코) 롯데슈퍼(롯데쇼핑) GS수퍼마켓(GS리테일) 등 SSM업계 '빅3'는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려 왔다. 3사의 점포 수는 2007년 218개,지난해말 327개로 급증했고 최근에는 400개를 돌파했다. 3사는 연말까지 100개가량 더 늘릴 계획이고,이마트도 연내 '소형 이마트' 30개를 연다는 목표다.

◆사실상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유통업체들의 SSM 출점 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지자체가 조례 등으로 등록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 수 있어,등록제는 사실상 준허가제"라고 지적했다.

또 시행규칙 개정안의 '지역협력사업 계획 제출 의무화'(5조) 항목도 출점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업체에 유통전문가를 파견해 선진 유통기법을 전수하거나 공동 물류센터를 만드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지자체가 지역협력사업 계획이 충분하면 등록해주고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반려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정치권과 중소업계에서 주장해 온 영업허가제나 영업시간 제한은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정에 위배돼 반영하기 어렵다"며 "이번 개정안은 WTO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SSM 출점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선택권 vs 동네슈퍼 살리기

대형 유통업체들은 SSM 출점 규제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과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GS수퍼 관계자는 "SSM사업은 유통업이 발전하고 고객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것인데 정부 규제가 과연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비슷한 규모의 점포를 여는 데 개인과 기업에 차등을 두는 것은 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업체들은 협의체인 체인스토어협회를 통해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반면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슈퍼마켓조합연합회의 김경배 회장은 "신고제가 단순히 등록제로 바뀌는 것은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며 "프랑스처럼 지역 소상공인,교수,시민단체,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지역에만 점포를 열 수 있게 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태형/류시훈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