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기업들이 위기극복 과정에서 기존 임직원들끼리 고통을 분담하기보다는 신입사원의 임금을 더 깎는 식으로 구조조정의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공기업의 최근 신입사원 중에는 지방대 출신이 거의 없어 지방대생에게는 취업문이 '바늘구멍'이었다.

이 같은 추세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지식경제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공기업 채용현황' 자료를 본지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공기업 채용현황 분석은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강원랜드,한국석유공사,한국수출보험공사,ETRI(전자통신연구원),KOTRA 등 7대 공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신입사원 임금 깎기

강원랜드를 제외한 6개 공기업이 정부의 공공기관 대졸 초임 조정 권고에 따라 초임을 인하했다. 한국수출보험공사가 2008년 연봉 3900만원을 2009년에는 3000만원으로 삭감(약 23%)해 가장 높은 삭감폭을 보였다. ETRI는 3205만원에서 2603만원으로 약 19%의 초임이 삭감됐다. 나머지 공기업도 평균 12~15%의 삭감률을 보였다.

문제는 2008년 입사자와 2009년 입사자의 연차가 높아질수록 연봉차이가 벌어져 직장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ETRI의 경우 2008년 입사자가 20년차가 됐을 때 연봉이 5024만원인 데 비해 2009년 입사자는 408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봉차가 944만원으로 근 10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이들 기업에서 기존 임직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2~10%의 임금만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삭감의 고통을 대부분 신입사원에게 전가한 것이다.

◆근속연수 여전히 높아

명예퇴직 등 인력조정 노력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기업의 경우 30년 이상 근속자가 전체 직원의 30% 이상 차지했다. 일반 대기업의 두 배 수준이다. KOTRA는 1978년 입사한 직원의 33.3%가 근속 중이었다.

25년차는 91.3%,20년차도 54.8%에 달했다. 한국가스공사는 1988년 입사한 20년차 직원 60명 중 47명(78.3%)이,15년차 직원 118명 중 106명(89.8%)이 다른 회사로 이동 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들보다 연차가 적은 10년차 직원의 근속률은 오히려 60%로 낮아 위로 갈수록 인사적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대생 공기업행은 '하늘의 별따기?'

일부 공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시 학력 편중현상도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OTRA의 2008년 신입사원 25명 중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비율은 13명으로 50%가 넘었다. 여기에 서울시내 주요 대학과 한동대 · 중국 칭화대 등 지방 · 외국 유명대학 출신까지 합치면 총 24명이었다. 반면 지방대 출신은 한 명에 불과했다.

한국수출보험공사도 2008년 신입사원 15명 중 12명이 'SKY' 출신이었다. 나머지 3명도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 서울시내 주요 대학 출신이었다. 지방대생은 한 명도 없었다.

구동회/김유미 기자 kugi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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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공기업 취업자 현황 관련 자세한 내용은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홈페이지(http://blog.naver.com/equity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