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물건을 사고 대금을 제때 갚지 않은 고객들이 크게 늘면서 미국 신용카드사들의 대손율(전체 대금 중 못받는 비율)이 10%를 웃돌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는 5월 대손율이 10.0%를 기록했다. 전달의 10.1%에 비해 낮아진 것이지만,상각을 마친 부실자산 매각을 감안하면 대출 부실화는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캐피털원파이낸셜의 5월 대손율은 9.4%로 전달(8.56%)보다 0.84%포인트 급등했다. 이처럼 카드사 대손율이 높아지는 것은 실업자가 계속 늘고 가계소득은 줄면서 카드 빚을 갚지 못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탓이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9.4%로 198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키프브루옛앤우즈(KBW)는 아멕스의 대손율이 2010년 12.6%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제이 사크라니 KBW 애널리스트는 "최근 경제 상황과 고실업률에 비춰볼 때 신용의 질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업계의 평균 대손율이 올 하반기에 10%를 넘어서면 미국 전체 카드 부실 규모는 700억~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 부실 급증은 금융회사들의 추가손실과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손율이 높아져 신용카드사들의 순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 억제 등을 담은 카드사 규제법도 제정돼 카드사들로선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