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연동제 도입이 초미의 관심사다. 연료가격 상승으로 전력 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2000년 화력연료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였지만 2005년엔 32%로 높아졌고,원자재값이 폭등했던 작년엔 50%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선 유가와 유연탄 가격이 작년에 비해 낮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연료비 비중이 높아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는 게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의 설명이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의 논거는 연료비가 오를 때마다 요금 인상이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아예 연료비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도록 제도를 바꿔 가격을 현실화하자는 데 있다. 실제로 석유제품(1994년) 가스요금(1998년) 지역난방 열요금(1998년) 등 다른 에너지 가격엔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돼 판매가격이 자동 조절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전기요금에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합의가 어느 정도는 이뤄져 있다.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이르면 내년 하반기,늦어도 2011년부터는 연동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몇 개월 단위로 가격을 조정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현재로선 일본처럼 3개월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기요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2개월마다 가격이 조정되는 가스요금보다는 조정 주기를 길게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경부와 한전은 연동제가 도입되면 신속한 가격 시그널을 제공할 수 있어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요금이 싼 전기 대신 유류 등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연간 9000억원의 자원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 · 일반 · 교육용 요금체계가 통합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현재 전력요금은 용도에 따라 7개로 구분돼 있다. 주택용을 비롯해 일반용(공공기관 상가 등) 교육용(학교 박물관 등) 산업용(제조업 광업 등) 농사용 가로등용 심야전력 등이다. 용도별 요금체계는 1973년 마련됐다. 그 이전까지는 주택용만 따로 구분돼 있었고 나머지는 전압에 따라 요금을 부과했다.

정부는 당시 용도별 요금체계를 마련하면서 경제 발전을 위해 생산 부문인 산업용과 농사용은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게,소비 부문인 일반용과 주택용은 평균보다 높게 정해 전체적으로 수지를 맞출 수 있도록 했다.

한전 관계자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요금을 차등화하기 위해 도입한 용도별 요금체계도 달라진 산업 구조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을 하나로 묶어 가격 차이를 줄여 나가면서 장기적으로 전압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방향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도 주택용 요금엔 별도의 체계를 갖춘 곳이 많지만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에 차등을 두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도 정부가 용도별 요금제 개편을 검토하는 이유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