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정상회담 기념 연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를 맹비난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도 불행하고 정부도 불행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1일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 특별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오래 정치한 경험과 감각으로 말하는데, 만일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정부도 불행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지금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전국에서 500만명이 문상한 걸 보더라도 우리 국민들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안하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2명의 전직 대통령이 합의해 놓은 6.15 선언과 10.4 선언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을 복구하고, 개성공단 근로자 숙소 건축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마음으로부터 피 맺힌 심정으로 말하는데,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면서 "양심이 있어도 잠재우고 도피하는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가지 수난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하고, 방관하면 악의 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초를 겪을 때 500만명 아닌 50만명이라도 나서서 전직 대통령에 이런 예우를 할 수는 없다, 확실한 증거 없이 신문에 발표해 정신적 타격과 수치감을 줘서는 안된다고 했으면 노 전 대통령은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억울한 일을 당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핵을 만들면 누구한테 쓰나. 남한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 오바마 정부가 아직 대북 정책을 발표하지 않아 초조하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핵과 미사일을 반대하지만, 대화를 통해 반대해야지 절대로 전쟁의 길로 가서는 안된다"면서 "통일을 하는데 100년, 1000년이 걸리더라도 전쟁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