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2일부터 TV 방송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면 전환한다. 유럽의 독일 네덜란드 등도 이미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방송을 서비스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2012년 말에나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인터넷 TV(IPTV)에 이어 디지털TV에서도 IT(정보기술)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구기는 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 시청자들이 디지털TV 방송체제에 준비토록 전환시기를 이달 12일로 늦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미 상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경기부양법을 통해 6억5000만달러를 배정,디지털 방송수신기(컨버터) 구입용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등 준비를 마련해왔다.

미 디지털 방송은 아날로그TV를 갖고 있더라도 케이블 방송,위성 방송에 가입한 상태면 수신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디지털 방송 수신장치가 내장된 TV를 새로 사거나,디지털 방송 수신용 컨버터를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미 정부는 특히 저소득층을 위해 컨버터 구입용 할인쿠폰을 다음 달 말까지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7개 국가가 이미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했다. 스페인과 프랑스도 전체 시청자의 90% 정도가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EU는 2012년까지 일부 동유럽 국가를 제외한 회원국 대부분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말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부터 소형TV까지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튜너 내장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아날로그 방송을 한때 중단하는 시험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불과 3년 앞둔 지금에야 정부가 디지털 전환 계획을 점검하는 것은 뒤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5년 넘게 꾸준히 준비해왔는데도 일정에 차질을 빚을 만큼 디지털 전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3조원에 이르는 디지털 전환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문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송출장비를 디지털로 바꾸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방송을 볼 수 있는 수신망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김태훈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