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적대적 인수 · 합병(M&A)에 대비하고 대규모 세제혜택을 지키기 위해 '포이즌필(Poison Pill · 독소조항)'을 도입했다. 씨티그룹은 또 미국 정부와 민간이 각각 250억달러,330억달러어치를 보유 중인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키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씨티그룹이 신규 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매입하거나,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형 주주가 보유주식을 기존 보유량의 50% 이상 늘릴 때 나머지 주주들이 거래가의 절반만 지불하고 신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포이즌필을 도입했다고 11일 보도했다. 특정 투자자가 경영권 장악을 위해 과도하게 지분을 매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FT는 이번 포이즌필 도입을 '예상치 못한 행보'라고 평가하면서 지금까지 씨티그룹이 누리고 있던 430억달러 규모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지난해 씨티그룹은 적자를 내면서 회계장부에 430억달러 규모의 이연법인세자산(향후 흑자 때 감면받는 법인세액)을 남겨두고 있다. 문제는 미 세법상 5% 이상 지분을 취득한 대형 주주들의 총 지분합계가 50%가 넘으면 이연법인세자산을 이용할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라 감면받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씨티그룹의 이번 조치가 M&A를 막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가가 3.5달러에 불과한 데다 조만간 민간이 보유한 330억달러 규모의 우선주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씨티그룹은 580억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7월 중에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면 미 정부는 씨티그룹 지분 34%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들 우선주는 신설되는 포이즌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