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Leading Company : LG] '추격자'는 이제 그만… '글로벌 마켓 리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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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프레이즈로 본 저력
1931년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딴 '구인회 상점'의 문을 연 것이 LG의 시초다. 엄밀히 따지면 올해로 78주년이 됐지만 본격적인 회사 형태를 갖춘 락희화학(현 LG화학)의 창업시점, 1947년을 창립연도로 기념하고 있다.
1947년 창업 당시 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62년이 지난 지금 115조원에 이르러 38만배나 커졌다. 20여명으로 시작한 종업원 수 역시 8000배가 늘어 17만명에 이른다. 1962년 처음 라디오를 수출했던 당시 4000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도 지난해 120만배인 482억달러로 확대됐다.
LG는 지난 60여년 동안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면에서도 빠르게 발전해 왔다. LG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발전해왔는지는 시대별 캐치프레이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구 창업 회장의 창업이념은 남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 먼저 도전하는 '개척정신',새로운 사업 개척의 근본이 되는 '연구개발',그리고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를 강조한 '인화 · 단결' 등 세 가지다.
국내 최초로 라디오를 만들며 'IT 강국'의 초석을 놓을 수 있었던 것도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해내고야 말았던 창업자의 고집스러운 개척정신 덕이다. 1957년 구 창업 회장은 "기술이 부족해 라디오 사업을 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던 임직원들 앞에서 마음가짐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우리가 라디오 맹글면 안 되는기요. 기술이 없으면 외국 가서 배워오고 그래도 안 되면 외국 기술자 초빙하면 될 거 아니오."
LG는 독일에서 기술자를 초빙하고 미군 PX에서 라디오를 다뤘던 경험이 있는 실무자를 뽑았다. 이후 1년여간을 절치부심한 끝에 1959년 최초의 국산 라디오 '금성 A-501'을 내놓았다. LG는 라디오 이후에도 개척정신과 연구개발 마인드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의 행보를 이어갔다.
1965년 냉장고,1965년 전기밥솥,1966년 흑백TV,1968년 에어컨,1969년 세탁기 등을 잇따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인화 · 단결은 LG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내부를 결속하는 역할을 했던 정신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의 규모가 작던 창업 초기 가까운 사람들과 힘을 모아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서로 신뢰하며 맡은 바 책임을 다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 정신이 발전돼 인화 · 단결이라는 슬로건으로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구 창업회장의 '인화'는 어정쩡한 가족주의나 온정주의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사전에 충분한 합의를 거쳐 원칙을 정해놓고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는 엄정한 책임의식이 전제돼 있었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구 창업회장이 내세웠던 캐치프레이즈는 1990년 구자경 2대 회장이 취임하면서 좀 더 진일보한다. '개척정신'과 '연구개발'은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로, '인화 · 단결'은 '인간 존중의 경영'으로 각각 발전했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는 고객의 생활이나 사업에 만족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꾸준히 창조해야 하고 남들과는 다른 가치,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존중의 경영'은 사람이 모든 가치의 원천이 된다는 전제 아래 기업의 구성원 개개인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그들 각자가 스스로의 창의력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1995년 취임한 구본무 LG 회장은 2005년 두 가지 기존 가치에 '정도경영'이라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더해 'LG웨이'라고 명명했다. '정도경영'은 구 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추구해온 경영철학으로 꾸준한 혁신을 통한 실력 배양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LG만의 행동방식을 뜻한다. 고객을 생각하며 바른 길을 걷는 따뜻한 경영이 LG웨이의 본질인 셈이다.
LG는 올해 초 글로벌 기업과 엇비슷한 제품으로는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고 판단,기업의 정체성을 '민첩한 추격자'에서 '마켓 리더'로 재정립했다. 이에 따라 LG웨이의 개념도 한층 더 넓어졌다. 단순히 열심히 일해서는 일등이 될 수 없는 만큼 생산현장 곳곳에서 발상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하는 방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LG웨이에 더해졌다.
구 회장이 최근 들어 공식 석상에서 '자율'과 '창의'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최근 경기도 이천 인화원에서 열린 'LG스킬올림픽'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와 자율에 기반한 한 차원 높은 혁신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