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을 상징하는 상상 속의 물건 '투시 안경'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사기성 스팸메일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팸메일로 분류된 이메일 중에는 '투시 안경 판매합니다'라는 의아한,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메시지 속 연결된 사이트에 접속하면 '미녀들의 신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원근법 투시 안경을 800위안(약 15만원)에 판다"는 문구와 함께 투시를 통해 포착한 것으로 보이는,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의 나체사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판매사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이 '놀라운' 안경은 미국산이다.모델 이름은 "미국 C09 원근투시안경"이다. 지난 1월 미국에서 개발됐으며 5가지 색상의 일반안경·선글라스·반투명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상품 설명에는 '면(綿) 재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옷감을 투시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또 '고급' 안경케이스와 렌즈를 닦는 융, USB케이블에 '학습용' 콤팩트디스크까지 포함돼 있다. 시력 손상의 위험이 없는, '미국의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신상품이라며 "모든 비용을 포함해 '부담 없는' 가격 800위안"이라며 구매를 유도한다.

윤리적인 측면을 일단 미뤄놓고라도, 문제는 이 사이트가 통신판매 허가를 받지 않은 중국 사이트로 '사기성'이 짙다는 점. 더욱이 사이트 첫 화면에 '아주 손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주문창을 만들어두었으며, 주문내역을 입력하면 곧바로 카드결제 화면으로 이동하는 점도 미심쩍다.

전문가들도 과연 투시 안경이 존재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적외선 장치 등 특수장비를 갖추지 않은 일반 안경으로는 투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군사목적 등으로 사용되는 적외선 투시 카메라 역시 윤곽만 흐릿하게 촬영할 수 있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당국도 "외국에 서버를 두고 성인용품,남성보조제 등을 판매하는 사이트는 대부분 통신 판매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운영하는 사이트"라며 "사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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