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여건 점검] 외국인 올 10조 순매수 '바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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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외국인이 얼마나 더 주식을 사들일 것인지에 쏠려 있다. 기관의 지속적인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연일 순매수를 지속하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도 지난 한 달 동안 2조원 넘게 사들였지만 최근엔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초 코스피지수가 연중 저점(992.69)을 찍은 뒤 3개월에 걸쳐 1400선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면서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이들의 순매수 규모는 3월에 1조원을 넘었고,4월과 5월엔 각각 4조원을 웃도는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펀드 환매 등으로 투신이 매수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증시가 외국인에게만 의지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회복 속도가 두드러지고 있는 데다 미국 달러화 약세로 신흥시장 주식이 주목받고 있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특히 해외 뮤추얼펀드 등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국인의 '실탄'이 충분한 상황인 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외국인 올 들어 10조원 넘게 순매수
지난 2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948억원을 순매수해 올 순매수 규모를 10조원 이상으로 키웠다. 지난달엔 단 이틀만 빼고 순매수를 지속해 4조135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현대건설로 순매수 규모가 5362억원에 달했다. 이어 포스코 신한지주 GS건설 삼성전자 등을 각각 3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종목은 주가 흐름도 좋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외국인 매수세 덕분에 5월 한 달간 주가가 35.29% 뛰었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는 국내 경기회복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외국인은 한국의 경기 회복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V자'형 반등에 성공하는 조짐이 감지되면서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외국인이 운용하는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 여력이 커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해외 뮤추얼펀드에 돈이 계속해서 몰리자 외국인들이 신흥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 증시도 그들의 투자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금융 철강 전기전자 등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가장 빨리 수혜를 볼 수 있고,철강은 달러화 약세로 철강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성 개선의 기회가 생기며,전기전자는 한국 증시의 대표 업종이어서 외국인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낙관해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엔 외국인이 북한 핵문제가 불거져도 꿈쩍하지 않았지만,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컨트리 리스크'로 인해 지갑을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달하면서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워진 것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이미 주가가 부담스런 수준에 올랐다고 판단한 외국인은 주식을 사면서도 한편으론 '헤지'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 순매도 · 개인도 불안
지난달 외국인이 적극적인 바이 코리아에 나선 반면 투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매도 공세를 펼쳤다. 투신과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가 각각 4조2987억원과 1조4330억원에 달해 기관 순매도는 5조6592억원을 기록했다.
투신은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펀드 환매가 나타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락세를 보인 증시가 올 들어 다소 회복되면서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자 적립식펀드 투자자들도 환매 욕구를 느끼고 있다"며 "투신의 매수 여력이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기금은 주가가 오르는 데 따라 주식 편입 비중이 목표치보다 높아지자 이를 조정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내다팔았다. 따라서 1400선 이상에선 연기금의 적극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3~4월엔 대체 에너지 등 정책 수혜주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사들였던 개인들의 투자 심리도 움츠러든 양상이다. 특히 북핵 문제라는 지정학적 위험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말부터는 연일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증시 상황은 기관과 개인의 순매도에 맞서 외국인이 홀로 주식을 사는 형국이다. 외국인마저 등을 돌리면 매수 공백이 나타나 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시 경제지표 등이 계속해서 경기 회복의 신호를 전하고,북핵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추가 순매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이재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EPS(주당순이익) 증가율 등이 외국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최근 상황은 과거 외환위기와 카드 사태 당시의 주가 회복 국면 초기에 외국인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것과 많이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외국인이 얼마나 더 주식을 사들일 것인지에 쏠려 있다. 기관의 지속적인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연일 순매수를 지속하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도 지난 한 달 동안 2조원 넘게 사들였지만 최근엔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초 코스피지수가 연중 저점(992.69)을 찍은 뒤 3개월에 걸쳐 1400선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면서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이들의 순매수 규모는 3월에 1조원을 넘었고,4월과 5월엔 각각 4조원을 웃도는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펀드 환매 등으로 투신이 매수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증시가 외국인에게만 의지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회복 속도가 두드러지고 있는 데다 미국 달러화 약세로 신흥시장 주식이 주목받고 있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특히 해외 뮤추얼펀드 등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국인의 '실탄'이 충분한 상황인 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외국인 올 들어 10조원 넘게 순매수
지난 2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948억원을 순매수해 올 순매수 규모를 10조원 이상으로 키웠다. 지난달엔 단 이틀만 빼고 순매수를 지속해 4조135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현대건설로 순매수 규모가 5362억원에 달했다. 이어 포스코 신한지주 GS건설 삼성전자 등을 각각 3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종목은 주가 흐름도 좋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외국인 매수세 덕분에 5월 한 달간 주가가 35.29% 뛰었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는 국내 경기회복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외국인은 한국의 경기 회복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V자'형 반등에 성공하는 조짐이 감지되면서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외국인이 운용하는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 여력이 커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해외 뮤추얼펀드에 돈이 계속해서 몰리자 외국인들이 신흥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 증시도 그들의 투자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금융 철강 전기전자 등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가장 빨리 수혜를 볼 수 있고,철강은 달러화 약세로 철강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성 개선의 기회가 생기며,전기전자는 한국 증시의 대표 업종이어서 외국인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낙관해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엔 외국인이 북한 핵문제가 불거져도 꿈쩍하지 않았지만,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컨트리 리스크'로 인해 지갑을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달하면서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워진 것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이미 주가가 부담스런 수준에 올랐다고 판단한 외국인은 주식을 사면서도 한편으론 '헤지'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 순매도 · 개인도 불안
지난달 외국인이 적극적인 바이 코리아에 나선 반면 투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매도 공세를 펼쳤다. 투신과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가 각각 4조2987억원과 1조4330억원에 달해 기관 순매도는 5조6592억원을 기록했다.
투신은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펀드 환매가 나타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락세를 보인 증시가 올 들어 다소 회복되면서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자 적립식펀드 투자자들도 환매 욕구를 느끼고 있다"며 "투신의 매수 여력이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기금은 주가가 오르는 데 따라 주식 편입 비중이 목표치보다 높아지자 이를 조정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내다팔았다. 따라서 1400선 이상에선 연기금의 적극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3~4월엔 대체 에너지 등 정책 수혜주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사들였던 개인들의 투자 심리도 움츠러든 양상이다. 특히 북핵 문제라는 지정학적 위험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말부터는 연일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증시 상황은 기관과 개인의 순매도에 맞서 외국인이 홀로 주식을 사는 형국이다. 외국인마저 등을 돌리면 매수 공백이 나타나 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시 경제지표 등이 계속해서 경기 회복의 신호를 전하고,북핵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추가 순매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이재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EPS(주당순이익) 증가율 등이 외국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최근 상황은 과거 외환위기와 카드 사태 당시의 주가 회복 국면 초기에 외국인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것과 많이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