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하게 손질된 법인세 시행령 탓에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차익을 남긴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납부한 50억원의 세금을 되돌려 주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경구 부장판사)는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운용하는 5개 PEF가 서울 종로구의 빌딩을 매각해 얻은 130억원의 앙도소득에 대해 50억원의 세금(법인세)을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며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 PEF가 빌딩 인수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공동 설립한 신탁회사가 탈세 목적의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세 근거가 된 외국법인의 양도소득에 관한 법인세법 '시행령'이 법률이 정한 것 이상으로 과세 범위를 확대했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법인세 부과처분이 무효라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법인세법은 과세할 수 있는 외국법인의 출자지분 양도소득의 요건을 자산비율,주식소유비율,주식양도비율 등 3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선 자산비율 요건만 갖추면 되는 것으로 과세 범위를 확장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부당하다고 해도 대통령이 정한 시행령이 법률이 정한 과세 대상을 위임 규정도 없이 확장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나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