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다. 조장을 포함한 나머지 조원들은 조립부 사무실에 모여 회의 중이었다. 회의 주제는 전장품 장착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이젠(개선)' 방안.조립시간을 단 1초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짜내고 있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대대적 감산에 돌입한 도요타 공장은 예상 밖으로 썰렁하지 않았다. 조립라인이 천천히 돌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줄긴 했지만 그 공백을 '가이젠' 열기가 메워주고 있었다.
가이젠은 도요타를 '세계 최강의 자동차 회사'로 만든 대표적 생산성 혁신운동. 감산으로 작업 인원이 줄면서 여유가 생긴 근로자들은 원가를 아끼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가이젠'에 다시 머리를 싸매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세계 2차대전 이후 최대인 4370억엔(약 5조7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비상 경영을 선언한 도요타는 올해 원가 개선을 통해 총 3400억엔을 아끼는 긴급 수익 개선책을 추진 중이다. 현장 근로자들의 가이젠 활동은 회사의 이런 방침에 대한 자발적인 호응이다.
노조도 회사의 위기에 손발을 맞추고 있다. 지난 3월 말 끝난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조는 '기본급을 동결하고 보너스를 삭감하자'는 회사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6000명의 기간제 종업원(계약직) 감원에도 토를 달지 않았다.
고노 신야 도요타 노조 서기장(사무국장)은 현대자동차 등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연례행사처럼 벌이는 파업에 대해 "대화와 협상으로 풀지 못할 문제가 없을 텐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대기업 노조가 파업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카마루 노부유키 노조 기획국장은 "회사가 창업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은 만큼 노사가 합심해 위기를 돌파하자는 게 조합원들의 정서"라고 말했다.
도요타시(일본)=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