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대기업, 계열사ㆍ자산 매각…'군살 빼기'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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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채권단과 '재무개선 약정' 체결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는 주채무계열(대기업 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을 담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이 31일 일단락됐다. 정부가 정한 마감시한인 이날까지 모두 8개 대기업이 주채권은행과 약정을 체결했으며 금호아시아나는 산은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기로 했다. 일부 대기업은 막판까지 주채권은행과 실랑이를 벌였으며 해외 출장중인 회장이 급히 귀국,약정서에 사인을 하기도 했다.
약정 체결 대신 자율협약 추진으로 수위를 낮춘 W사는 자구계획 이행을 담보하라는 은행의 요구에 따라 대주주가 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고강도 구조조정 목표 확정
약정에는 분기별로 달성해야 할 부채비율과 부채총액,이자보상배율,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 등 구체적인 목표수치가 명시됐다. 또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등 상환자금 조달계획과 금융회사 차입금 상환계획도 계열사나 유휴자산 매각,유상증자,외자유치 등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제시됐다.
하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대한전선은 전선업을 제외한 노벨리스코리아,한국렌탈,트라이브랜즈(옛 쌍방울),대경기계 등 비주류 계열사 10여곳을 매각,올해 안에 1조원을 마련키로 했다. 또 안양공장과 남부터미널 부지 매각 등을 통해 2012년까지 2조2000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동부는 알짜 계열사인 동부메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의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고 동부하이텍의 울산 중화학공장,동부저축은행 지분(20%)을 팔아 은행권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을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시멘트 수요 감소와 레미콘 영업 부진 등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동양메이저도 산업은행과 약정을 체결하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애경그룹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차입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GM대우는 미국 정부의 GM본사에 대한 처리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방향이 결정되는 만큼 약정문서에 서명은 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 다만 선물환 계약만기에 따른 상환계획과 부채비율 감축목표 등 자체 구조조정 목표를 중심으로 약정 내용을 채울 예정이다. 대주그룹은 그룹이 사실상 해체된 데다 주력사인 대한조선은 워크아웃계획에 따라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뤄져 약정 체결의 실효성이 사라진 상태다.
농협이 주채권은행인 유진도 약정에 최종 사인을 했다. 다만 최근 매각이 무산된 금융계열사 대신 또 다른 계열사의 매각을 추진하는 등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했다.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하이닉스반도체도 유휴설비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연말까지 1조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분기별 이행상황 점검할 것"
채권단은 앞으로 분기별로 이행 실적을 점검,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단계적 조치를 취하면서 그룹을 압박하게 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약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행 여부"라면서 "분기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대출 만기연장 중단 등의 강도높은 제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주채권은행을 통해 자구계획 이행 실적이 부진한 대기업에 대해 1차 이행 촉구 후 2차 이행 기간 재설정,3차 신규 여신이나 기존 대출 만기 연장 중단,여신 회수 등 압박 강도를 높여나간다는 방안이다.
재무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도 급격한 환율 변동과 업종 특수성이 감안돼 약정체결 대상에서 빠진 기업들도 주채권은행의 집중 감시를 받는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업종의 특수성이 감안돼 약정에서 제외된 H그룹도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원대의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이다. 2007년 인수한 미국 B사의 재무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는 D그룹은 1조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추진,시장 우려를 해소하기로 했다.
이심기/김현예/김현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