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생맥주 프랜차이즈 전문업체인 ㈜치어스의 정한 사장(42).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30대 초반인 그는 무슨 일이든 손만 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던 열혈청년이었다.

그래서 4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막 마치고 돌아온 그는 당시 인테리어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회사는 순식간에 망했고 그 후 1년간 인천 등지에서 신용불량자로 노숙생활을 전전하는 등의 시련을 겪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전국에 160개 매장을 갖춘 고급 생맥주 전문 체인업체의 어엿한 사장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정 사장은 "1년간의 노숙자생활을 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노렸다. 친척의 도움을 받아 1998년 말 시작한 치킨집이 지금 사업의 씨앗이 된 셈"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아무리 불황이라지만 새 시장은 어딘가에 항상 존재한다는 게 정 사장의 지론이다. 치어스도 그런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시작한 것.정 사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족 · 친구와의 유대감이 커진다"며 "고급 요리에 생맥주를 곁들인 가족형 주점인 '레스펍(Res Pub)' 개념을 도입한 게 사회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이어지면서 치킨호프점이나 대중 호프집들이 매출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치어스는 최근 2년 새 매장이 두 배로 늘어 160개를 넘어섰다. 생맥주 소비량도 점포당 월 평균 140통(20ℓ 기준)에 달해 경쟁 업체(60~80통)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치어스는 기존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달리 초기 정착 단계에서 홍보활동 없이 입소문만으로 컸다. 2001년 말 분당에 직영 1호점을 낸 뒤 10호 가맹점까지는 가게를 찾던 단골 손님들이 스스로 원해 분점을 내는 식이었다.

이후 품질과 신뢰를 바탕으로 브랜드 관리에 온 힘을 쏟았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생명력이 대개 3~4년으로 매우 짧은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적자를 낼 것 같은 지역에는 아예 신규점을 열지 않았다.

정 사장은 "치어스 브랜드만으로도 얼마든지 회사를 키울 수 있다"며 "맥도날드 등 외국 유명 프랜차이즈 회사처럼 수십년 이상 영속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품질관리도 마찬가지.치어스는 본사에 조리아카데미를 운영해 항상 150명 정도의 요리사를 교육시키고 있다. 가맹점 주방장이 되려면 조리아카데미를 반드시 수료해야 한다.

유학파 사업가에서 신용불량 노숙자로 전락했던 정 사장은 "인생을 살다보면 굴곡이 있게 마련"이라며 "위기 때일수록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