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들이 2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SBS 주최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9'의 '세계 경제침체 원인과 해결책'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데이비드 페르난데즈 JP모건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기는 분명히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손실은 전 세계로 확산했다"며 "그럼에도 미국의 경제는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내 저축이 증가하고 재고부담이 축소하면서 성장률이 이르면 올 3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서며 하반기에는 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단기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여도 중장기적으로는 높은 실업률과 과도한 재정적자로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세계 경제 전망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비관적으로, 한국 등 각 국은 경제구조를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한국 경제를 살리려면 의료, 관광, 금융, 법률, 교육 등 서비스산업을 살려야 한다"며 "한국의 미래는 서비스산업에 있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또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업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도는 50%가 조금 넘는 정도인데 반해 미국과 영국, 일본은 70%가 넘는 만큼 서비스업 잠재력은 크다"고 덧붙였다.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아시아 역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키코 교수는 "한국은 순채무국인데다 단기외채 비중도 높아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렸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한국은 자료 공시시스템에서 일본보다 앞서 있어 아시아 지역에서의 투명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한국이 이번 위기를 통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등 지역 협력 기반을 닦았다"며 "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의 저자인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는 "이번 경제 위기는 스톡옵션 등 파생상품이 매우 복잡해 사기를 쳐도(Cheat) 괜찮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사회를 맡은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자유방임형 자유주의가 만연되면서 일반인들도 상류층 생활을 흉내내 주택 가격이 과열됐고 이 과정에서 리스크를 망각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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