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죽인 주범은 미국 달러입니다."

'화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주장을 담은 베스트셀러 '화폐 전쟁'의 저자 쑹홍빙 중국 환구재경연구원장은 2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9'의 '세계 경제 침체 원인과 해결책'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이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쑹홍빙 원장은 "경제를 죽인 주범은 미국 달러화"라면서 "어떤 기관도 달러 시스템을 더 이상 모니터링할 수 없게 되면서 어려움이 파생됐다"고 강조했다.

쑹 원장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달러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통화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달러는 실존하는 것이 아닌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화폐 전쟁'에서 밝힌 바와 같이 "위기에 봉착한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금을 기본적 결제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금은 실존하며, 디폴트 가능성도 없고 공정하다"며 "금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면 세계경제 시스템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쑹 원장은 "물론 지금 현재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는 없다"면서 "일단 일부 영역은 금으로 대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으며 미국 정부가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면 30~40년 후에 기축통화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 증가 등 여러 문제의 해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미국 정부는 월가 금융기관의 구제를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 내 주요은행은 국유화돼야 하며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 대신 개인 부채를 구조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월가를 구제하는 대신 개인 채무자들의 신용카드나 모기지 부채를 탕감해주어 급격히 올라가는 디폴트율(채무불이행률)을 해결해야 한다"며 이는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린 후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쑹 원장의 미국 경제상황에 대한 '회의론'은 계속됐다. 이에 "진정한 '닥터 둠(Dr.Doom, 비관론적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별칭)'은 여기에 있었다"는 반응이 사회자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금융부문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부실채권 규모는 전체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며 숨어있는 위험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숨어있는 문제가 드러나면 신용카드나 소비자대출, 학자금과 자동차 대출 등 모든 분야에서 디폴트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전무후무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내년부터 노령화 시기인 48세에 진입하면 은퇴 후 대비를 위해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의 소비와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줄고 경제활성화는 요원한 더 큰 잠재적인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과도한 미국 국채 보유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07년 이전까지 중국 정부는 미국 채권을 과다 보유한 것에 리스크를 못 느꼈는데 이제는 큰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에는 미국 채권을 보유하면서도 구조 자체를 전반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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