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교수 독특한 'Q&A' 방식 연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2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9'에서 스스로 질문을 한 뒤 답을 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루비니 교수는 먼저 질문을 청중들에게 던진 후, 그에 대한 답변을 하나 둘씩 스스로 내놓으며 세계 경제를 전망했다.

▲미국 경제위기, 언제 끝날 것인가=

루비니 교수는 "미국이 지금 경제침체 상황인데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는 미국경제의 위기는 언제 끝날 것이며, 끝나면 반등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아직도 심각하다"며 "초기에는 8개월 남짓의 V자형 침체를 예상했고, 한편에서는 금융상황 불균형이 크기 때문에 훨씬 심각한 24개월 이상의 U자형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현재 이미 17개월 째로 이전의 경제위기보다 2배의 기간"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말까지 위기가 끝난다 하더라도 24개월이라고 하는 시간은 3배정도 길고 6배 정도 깊은 침체로, V자형은 이제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심각한 침체상황에 이미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책, 통화 및 재정정책으로 인해 올해 말에나 경기 하락세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며 "바로 회복에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다른 곳은 어떠한가=

루비니 교수는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신흥국과 아시아와 중국, 한국 등 다른 국가의 경제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전세계가 받은 영향은 놀랍지 않다"며 "사람들은 미국에서 재채기를 하면 다른 곳에서 감기가 걸린다고 하는데, 이번엔 미국의 폐렴이 전염병처럼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까지 다른 국가에서는 위기가 미국과 분리돼 스스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전세계는 금융 및 통화가 미국과 상호적으로 작용하고, 미국에 대한 의존성이 너무 커서 분리보다는 다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작년부터 전세계 GDP 3분의2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경기침체 상황에 들어갔다"며 "선진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됐고, 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서 연착륙이 아닌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위기의 경우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 10년간 연 10%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여온 중국은 올해 6% 성장을 전망하고 있는데, 결코 연착륙이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상황은 끝났는가=

루비니 교수는 이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생산보다 소비가 더 큰 국가들을 지목하며 "미국 등 많은 소비를 하는 국가들은 부의 증대를 위해 저축을 늘이고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일랜드, 두바이,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해 주택 버블이 터진 국가는 모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기지 제공업체 및 기관, 투자은행도 파산했으며 이제는 헤지펀드, MMF(단기금융상품), 비은행 자본시장이 크게 손해를 입었다"며 "시스템상의 금융 위기는 신용 성장을 위해 몇 년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채율이 높아지는 기업들로 인해 "미국의 기업들이 채무가 많고 금리는 올라가며 가계와 기업, 금융기관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며 "이제는 민간의 손실을 정부 쪽으로 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선진국도 신용평가가 내려갈 수 있을 것이고 결국 국채금리도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출, 외채 및 부채에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플레냐, 디플레냐=

루비니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선진국은 심각한 재정적자로 인해 통화량을 늘리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라며 "지난해 여름 고점에 도달한 후 상품시장과 노동시장 등 모든 부분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디플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돈만 찍으면 결국 회복 시점에서 인플레가 치솟아 세계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 타개를 위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가=

루비니 교수는 "파티는 끝났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수출보다 내수소비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미국은 세계 경제의 핵이었으며 아시아는 생산자, 미국은 소비자였다"며 "경제위기로 인해 미국의 소비는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위험"하다며 "국가재정정책을 바꾸고 소비부양책 등을 통해 수출보다 내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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