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2차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금융시장의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증시는 꼭 10분,외환시장도 30분 만에 저점을 확인하고 안정세를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이 북한 변수에 대해선 강한 내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증시 수직 급락 후 반전

증시는 이날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오전 11시31~41분까지 10분간 수직 하락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수세가 굳건히 버틴 데다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가 가세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가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인 데 따라 장중 등락폭은 98.93포인트에 달해 2008년 11월 21일(99.10) 이후 변동폭이 가장 컸다. 이날 개장 직후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6분께 전날보다 0.7% 오른 1414.14까지 올라 장중 최고가를 찍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소식이 순식간에 시장에 퍼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11시31분 1396선으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정확히 10분 후인 11시41분 장중 최저치인 1315.21로 8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전날보다 88.54포인트(6.31%) 하락한 수준이다.

그러나 여기가 바닥이었다. 외국인과 개인이 꾸준히 매수 규모를 키우면서 11시41분 이후 지수는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특히 낮 12시를 지나면서 주가는 빠른 속도로 낙폭을 좁혀 갔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1400선을 다시 회복하며 전날보다 0.2% 하락한 1400.9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2.17% 하락한 542.09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들과 시장 관계자들에게는 '충격의 10분'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됐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500억원과 1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유가시장에서 2000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외국인이 꾸준히 매수 우위를 보이는 데다 우정사업본부 등 그동안 자금 집행을 미뤄 온 연기금들이 1300선 아래로 내려가면 다시 매수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폭등세도 30분에 그쳐

당초 외환시장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이번 주 나올 여러 경제지표들의 모습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으로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4원40전 내린 1243원에 첫 거래가 체결됐다. 주가가 소폭이지만 약세를 보이자 환율은 오름세로 돌아서 1250원 안팎에서 공방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전 11시28분께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급등세로 돌아섰다. 각 은행 외화 딜링룸엔 원화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대신 '달러를 사달라'는 주문만 밀려들었다. 환율은 단숨에 1269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주말보다 22원가량 뛴 것이다.

이 같은 폭등세는 그러나 30분 정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환율이 1270원에 육박하자 과도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낮 12시가 조금 넘어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진행했다는 발표가 전해지자 오히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시장에서의 주문은 정반대로 나왔다. 온통 '달러 팔자'로 바뀌었다. 환율은 단 10분 만에 1255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엔 천천히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타면서 결국 1249원에 마감됐다. 지난 주말에 비해선 1원60전 오른 수준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북한 핵실험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돼 일시 혼란이 왔지만 노출된 재료인 데다 내성이 생겨 빨리 진정됐다"며 "앞으로도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동요는 거의 없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연 3.81%를 기록했다. 북한의 핵실험에도 국채 가격이 소폭 올랐다는 얘기다.

박준동/문혜정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