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힘들고 용돈 벌기도 쉽지 않지만 다들 어렵다고 말할 때가 기회입니다. "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49 · 사진)은 25일 금융투자협회 ·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금융투자회사 CEO 대학가 릴레이 특강'의 다섯 번째 강사로 나선 제주대 특강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장 사장은 '전환기의 세계 금융시장과 자산배분 전략'이라는 다소 거창한 주제로 강연했지만 "대학생들을 보니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며 본인의 일화로 운을 뗐다.

"외환위기 여파로 한참 힘들던 1999년 때 일입니다. 모두 직장에서 안 짤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죠.저는 그 때 회사를 그만두고 자산운용사를 만드는 데 참여했습니다. 다들 움츠려 있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창업의 길은 호락하지 않았다. 주위에선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반대가 심했다. 1997년 당시 현대투자신탁운용에 자리를 잡아 3조원대의 '바이코리아' 펀드를 운용하며 경이적인 수익률 신화를 낳고 있던 그였다. 앞서 1987년부터 10년간 동원증권에 근무할 때도 빼어난 상품부문 수익률로 '펀드매니저 신화'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주변의 만류를 뿌리친 장 사장의 선택이 옳았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기존 운용사들이 움츠러들어 신생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자본금 80억원으로 시작한 KTB자산운용의 수탁자산은 설립 10년 만에 10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장 사장은 "안정기에는 시장과 기업들이 경험 없는 젊은이들을 찾지 않기 때문에 지금 같은 불황일 때 젊은이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다"며 '위기가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노리라고 주문했다.

"취업이 안 된다고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려 보세요. 미국 유럽도 좋지만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여러분에게 더 좋습니다. 성장 가능성은 높은 국가들이지만 아직 이 곳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

장 사장은 "앞으로 한국이 가장 키울 수 있는 분야가 금융업"이라며 "금융업을 통해 취업의 발판을 확보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대학생 때 꼭 해야 할 일은 한국경제신문 같은 경제지를 매일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통독하는 것"이라며 금융 전문가가 되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펀드매니저 출신으로서 '균형'이라는 단어를 늘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며 "펀드매니저로 성공하려면 항상 남들이 시장을 좋게 볼 때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균형론에 입각해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해 "아직 진정한 회복이 멀었다"고 단정했다. 장 사장은 "증권시장은 좋아지고 있지만 실물경기가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제 상황이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단기적으로 "원유 같은 상품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고 "미국 국채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