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회사 `DFJ아데나'를 운영하는 페리 하 대표는 25일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지식경제부와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 26일부터 사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신성장동력 박람회 2009'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하 대표는 지경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경제가 내 생각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미국의 경우 금융권 신용 위기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도 현금이 돌지 않고, 주택융자에 수입의 60% 이상을 지출해 구조조정되면 소비능력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진다"면서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회복한 경험이 있고, 주택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해결돼 큰 비용지출이 없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 상황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대체적으로 잘 하고 있고, 고환율 덕에 수출이 잘 된다"면서 "시장이 불황일 때에 말로 투자하기 적기고, 지금이 투자하기에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투자가 되지 않는 이유는 감정적, 정치적 측면 때문"이라며 "전세계적으로 감정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슈가 투자결정의 80~90%를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중인 신성장동력 펀드에 대해선 "대부분 분야를 커버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어떤 거래를 만들어 회사를 키우느냐가 중요하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계열분리(스핀오프)나 인수합병(M&A)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한국과 미국의 벤처투자가 다른 점에 대해 "우리는 회사에 투자한다는 개념보다,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라는 개념으로 기업을 키우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공적인 투자 전략과 관련해 "적기에 빠져나가지 못하면 결국 망한다"면서 벤처 캐피털의 성패는 투자가 아니라 `빠져나가기(exit)'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이민 1세인 하 대표는 하버드대 MBA 출신으로, 실리콘 밸리에 소규모 펀드를 설립해 운영했고, 2007년부터는 벤처투자회사인 드레이퍼 피셔(DFJ)와 제휴해 한국계 펀드인 DFJ아데나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