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R의 미국 현지형 모델을 따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쏘렌토R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기아차는 현재 미국기술연구소에서 현지형 모델의 막바지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선 중점을 둬 고치는 부분이 앞좌석 공간입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을 한국형 모델보다 훨씬 확대할 겁니다.

미국인의 평균 체형이 한국인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각국별 만 20∼49세 성인 남녀의 신장을 비교한 결과,미국 남성의 평균 신장이 175.6cm,한국 남성의 평균 신장이 171.2cm로 각각 조사됐죠.)

기아차 미국연구소 직원들이 한국형 모델을 시승해본 후 앞좌석 공간의 협소 문제를 지적했다고 합니다. 쏘렌토R의 휠베이스(앞뒤 바퀴간 거리)가 2700mm로,구형 모델보다 10mm 작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일 듯 합니다.


기아차는 미국형 쏘렌토R를 전량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처럼 경기 화성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아차는 올 12월부터 조지아공장을 가동할 계획인데,여기서 첫 생산하는 차가 바로 프로젝트명 XM의 쏘렌토R입니다.

미국형 모델이 나오면,북미지역 뿐만 아니라 남미,유럽 등지로도 수출될 것 같습니다. 서구인 체형에 맞춘 모델인 만큼,한국형 쏘렌토R보다 경쟁력이 있겠지요.

쏘렌토R는 2002년 2월에 출시된 1세대에 이어 7년 만에 나온 후속 모델입니다. 기아차가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신차이죠.

기아차는 XM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소비자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구형 쏘렌토의 장점으로 괜찮은 내외장과 안전성이 꼽힌 반면 연비와 승차감,2열 거주공간 부족 등은 단점으로 지적됐습니다.

관건은 종전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단점들을 획기적으로 보완하는 것이었죠.

연비 및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해 종전까지 고수해온 프레임 구조를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대신 모노코크 차체를 사용했지요. 모노코크는 승용차에 많이 사용되는 차체인데,오프로드 성능이 약한 대신 가볍고 승차감이 좋은 게 특징입니다.

또 신형 디젤 R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서 ℓ당 14.1km라는 비교적 높은 연비를 구현할 수 있었지요.

쏘렌토R는 좌석이 3열로 돼 있습니다만,이를 놓고 개발 단계에서 내부적으로 격론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디자인 부서에선 3열 시트(맨 뒤쪽 세 번째 좌석)를 아예 없애자고 했답니다. 그래야 파노라마 선루프와 어울리는 세련되고 널찍한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신차 개발 때 으레 그렇듯이,디자인팀 주장에 제동을 건 쪽은 마케팅 부서였습니다.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많이 파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사람들이니까요.

마케팅팀은 SUV의 가장 큰 장점인 3열 시트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법규를 만족시키는 수준의 3열 공간으로 타협을 봤지요.


쏘렌토R에선 다른 SUV처럼,3열 시트를 접어 바닥에 평평하게 눕힐 수 있습니다. 그럼 넓은 공간에 비교적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지요. 구형 모델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3열에 앉아 장거리 여행을 가는 것은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사견입니다만,디자인팀의 주장대로 3열 시트를 아예 없애고 그냥 5명이 넓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7명을 다 채워서 주행하는 경우가 드문데다,쏘렌토R 자체가 대형이 아닌 중형 SUV라서 해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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