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상업용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국제 신용평가사 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위스 이사는 22일 뉴욕 본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위스 이사는 "실업자 급증에 따라 사무실 수요가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상업용 모기지 부실이 커지면 지방은행 등 금융사들이 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는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모기지 규모가 많지 않지만 내년에는 수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상업용 모기지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또 다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신용카드 부실은 은행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신용카드 부실 상각 비율이 2010년 11%까지 높아질 수 있지만 절대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금융사들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사업체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용카드사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위스 이사는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잠재 불안 요인으로 유럽 대형 은행의 부실을 꼽았다. 미국 대형 은행은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개입으로 위기를 넘긴 반면 유럽 은행들은 건전성 측면에서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큰 은행들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해당국 정부나 유럽중앙은행(ECB) 중 어느 곳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모호하기 때문에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유럽 주요 은행이 몰락하는 일이 일어나면 상황은 다시 몇 개월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와 관련,"곤두박질치던 경기 하강은 멈췄고 전망도 나아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소비 위축으로 인해 경제가 완전 정상화하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이 빚을 갚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있는 만큼 소비 주도의 빠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위스 이사는 뉴욕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증시가 지난 3~4월의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힘들어 올 여름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면서도 "조정을 받더라도 3월의 저점 수준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신흥국 경제도 최악은 지났다는 낙관론을 제기했다. 위스 이사는 중국이 장기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며 이로 인해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경제에도 힘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올해 중국이 6.5%,인도는 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채정태 S&P 한국대표는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등급 상향을 검토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S&P는 실업자 증가 추세와 경기 회복 과정에서 유동성을 어떻게 흡수할지 등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