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주식투자자금이 2년 만에 순매수를 보여 한국 증시로 U턴하는 양상이다. 미국 내 한국투자 펀드로 자금이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된 데 따라 미 금융회사들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이후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월 외국인 주식매수 미국계가 가장 많아

21일 금융감독원의 '4월 외국인 투자자 증권매매동향'에 따르면 미국 국적 외국인은 4조7409억원어치를 사고 4조2920억원어치를 팔아 4489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국가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미국계 자금은 지난 3월엔 606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계 자금의 순매수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진 2007년 6월(117억원)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 투자자는 2007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한국 증시에서 모두 37조659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의 58.7%를 차지할 정도로 '셀 코리아'를 주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미국 금융회사들은 한국 주식은 물론 전 세계 투자자산을 현금화하는 데 급급했었다"며 "금융위기가 진정되자 미 금융회사들이 우리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일부 대형 금융회사들은 미 정부 구제금융의 조기상환을 원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나아졌다.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점도 미국계 자금의 순매수 전환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주까지 한국 관련 4개 펀드에 총 38억2400만달러가 순유입되며 9주 연속 유입세를 이어갔다. 안승원 UBS 전무는 "금융 불안이 사라지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펀드로 자금이 들어와 미 금융업체들이 주식투자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여전히 유럽계가 '사자' 주도

지난 3월 이후 외국인은 8조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같은 외국인 순매수는 영국 룩셈부르크 등 유럽계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3~4월 외국인 '사자'는 유럽계가 주도했다. 금감원이 ETF(상장지수펀드) ELW(주식워런트증권) 등을 포함해 집계한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조8478억원에 달했다.

이 중 룩셈부르크 국적 외국인이 7313억원어치를 순매수해 가장 많았고 영국(6569억원) 네덜란드(2968억원) 아일랜드(2536억원) 프랑스(1639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 밖에 캐나다 국적 외국인이 326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국부펀드가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2개월간 265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룩셈부르크가 헤지펀드의 주요 근거지인 조세피난처이긴 하지만 이곳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펀드를 승인하는 곳이어서 룩셈부르크 국적 자금은 대부분 중장기 펀드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3월 2533억원,155억원을 각각 순매수한 싱가포르와 중국 국적 외국인은 지난달 6797억원,19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싱가포르 자금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2조5000억원어치나 순매수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대규모 매도는 차익실현 성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지난 3월 이후 400포인트 이상 올라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좀 떨어질 수 있지만 미국계 자금이 지난달부터 가세하고 있는 점이 확인된 만큼 '바이 코리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비중이 여전히 낮은 데다 기업 실적 개선과 원 · 달러 환율 안정 등 주변 여건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김 파트장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비교적 장기 성격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건 외국인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라면서도 "올초 순매수에 가담한 자금은 차익이 많이 나 6월부터 허용되는 공매도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