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바이올린에서 벗어나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는 색다른 클래식 실내악 공연이 잇달아 열린다. 바로크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의 듀오 리사이틀이 열리는 가 하면 트렘펫,타악기 등으로 연주하는 공연도 선보인다.

23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레이철 포저와 게리 쿠퍼 듀오 공연은 포저의 바로크 바이올린과 쿠퍼의 하프시코드가 빚어내는 고(古)음악 무대다. 바로크 바이올린은 양의 창자로 만든 현을 사용해 개량하기 이전의 투박한 악기음을 내고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는 현대식 피아노보다 소리가 청아하다. 두 연주자는 모차르트의 '건반악기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F장조,윌리엄 바벨의 '헨델 리날도 주제에 의한 모음곡' F장조 등을 연주한다. 이 곡들은 고악기의 투박한 질감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현대 악기들로만 연주돼 왔다. 그러나 포저의 유려한 연주와 쿠퍼의 균형 감각으로 원곡을 잘 되살려 냈다.

레이철 포저는 최고의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힌다. 2002년 첫 내한공연에서 명기(名器) 페사리니우스(1789년 제노아 산)로 현대 바이올린으로는 불가능한 음을 선사해 갈채를 받았다. 게리 쿠퍼는 하프시코드,포르테 피아노 등의 연주자이자 지휘자로 바흐와 모차르트 건반음악의 탁월한 해설자다. 이들은 2004년 영국 음반사 채널 클래식스를 통해 시작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을 최근 마쳤다.

금호문화재단이 다음 달 11일에 서울 금호아트홀에 올리는 '안희찬의 트럼펫 다이얼로그'는 주류악기를 뒷받치는 트럼펫의 독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한국 최고의 트럼페터로 손꼽히는 안희찬이 뤼이에의 '두 개의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에릭 이웨이즌의 '트럼펫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안효영의 '케어링' 등 현대 작곡가들의 트럼펫 연주곡을 들려준다.

6월1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타악기 공연 '가슴을 두드리는 타악기의 향연'이 열린다. 오케스트라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팀파니,마림바 등의 타악기들이 주연으로 나서는 연주회.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수석을 겸하고 있는 팀파니 수석 아드리앙 페뤼숑,타악기 수석 에드워드 최를 비롯해 벨기에 국제 마림바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미연 등 서울시향 멤버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에드가 바레즈의 '이온화',존 케이지의 '크레도 인 Us',에티엔 페뤼숑의 '도고라 풍의 다섯 개 춤곡' 등 타악기 음악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곡들이 연주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