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오뚜기 마요네스'를 넣어 먹는 러시아인들.중국에서만 만들어 파는 CJ제일제당의 '닭고기 다시다',중동에서 인기가 높은 롯데 '스파우트껌'….

세계인의 이색 식습관 덕에 짭짤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국 식품들이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세계 각지에서 특이한 제품들로 수출시장을 개척하고,아예 현지인을 겨냥해 별도로 제품까지 생산해 판매한다. 이미 글로벌 식품이 된 초코파이 신라면 외에도 다양한 한국 식품들이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기름기 있고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러시아인의 한국 식품 사랑은 대단하다. 불고기를 쌈장 고추장이 아닌 '오뚜기 마요네스'에 찍어 먹고 심지어 라면에 마요네스를 넣어 먹는다. 그 덕에 오뚜기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500억원어치를 팔았다. 노란 뚜껑의 '오뚜기 마요네스'가 잘 팔리자 현지 업체들이 유사품을 잇달아 내놓을 정도다.

'샘표 간장'도 지난해 러시아에서 1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러시아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소금 대신 간장 섭취를 권장하면서 러시아인들이 수프에 간장을 넣어 먹고 있기 때문.빙그레의 스낵 '꽃게랑'은 별도 마케팅 없이 러시아 선원들의 입소문 덕에 '맥주와 함께 먹는 과자'로 자연스레 정착,지난해 200억원어치를 팔았다.

동원F&B의 '동원김'은 러시아 고소득층의 인기를 끌며 지난해 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격(17g)은 국내의 두 배인 4000원에 팔린다. 몽골에선 알로에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으면서 웅진식품의 '자연은 790일 알로에'가 지난해에만 38만병(50만달러) 팔렸다.

CJ제일제당은 기름진 음식을 주로 먹는 중국인을 겨냥해 칭다오공장에서 '닭고기 다시다'를 기획 생산한다. 국내에선 판매하지 않지만 베이징 시장을 집중 공략해 시장 점유율 2위(지난해 80억원)로 올라섰다.

국내에서 실패했던 롯데제과의 '스파우트껌'은 중동에서 30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지난해에도 800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주사위 모양의 이 껌은 씹을 때 속에 든 꿀이 입안에서 터져 촉촉한 느낌을 준다.

이 밖에 국산 분유는 해외에서 미드존슨,네슬레 등 세계 유수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각광받는다. 매일유업 '매일맘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난해 860만달러어치가 수출됐고 남양유업의 '스타싸이언스'는 지난달 카자흐스탄에 진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권제형 매일유업 수출팀장은 "국내 식품시장이 포화상태여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앞으로 보다 다양한 제품이 더 많은 나라에 수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