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준위 방사성(放射性) 폐기물 처리문제를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지식경제부가 한나라당과 이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지난 5월15일에는 의원입법 형태로 고준위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입지선정 절차, 주민투표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어차피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보면 일찍 공론화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사실 지금 고준위 폐기물 문제를 공론화한다고 해도 그 시기가 결코 이르지 않다. 오히려 고준위 폐기물이 2016년쯤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종래의 전망이 아직 유효하다면 진작 공론화에 나섰어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가 방폐장 입지문제를 놓고 얼마나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왔는지를 돌이켜 본다면 더욱 그렇다.

물론 우리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이해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밖에서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 등 녹색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을 재인식하고 있고, 당연히 그에 따른 폐기물 대책들도 적극 마련하고 있다. 이런 점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고준위 문제가 막상 제기되면 복잡한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결한 것은 어디까지나 고준위와 분리된 중저준위 폐기물을 위한 처리장으로 경주를 선정한 것뿐이다. 따라서 고준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원전 자체에 반대하는 일부 정치권, 우리 사회 일각의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이 이를 기회로 본격적인 반(反)원전 운동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계속 덮고 갈 수는 없다. 폐기물 처리없이는 에너지 계획 자체가 무의미한 까닭이다. 국민들이 원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 안전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등 국민들에게 충분히 이해를 구하는 문제는 그것과는 별개로 접근해야 하고, 시간도 걸린다. 게다가 입지선정 단계에 이르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님비현상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투명(透明)하고 공개적인 절차에 따라 고준위 폐기장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여러모로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