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극과 극의 엇갈린 반응 속에 화제를 모은 '박쥐'는 칸에서도 다양한 관심을 받고 있다.

언론 시사회에서 일부 관객이 상영 도중 혼절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으나 관객 대부분은 영화를 보면서 자주 웃음을 터뜨렸다.

각 장면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가운데 그동안 작품에 대한 해석을 관객들에 맡기고 직접 언급을 자제해 온 박찬욱 감독에게 15일(현지시간) 직접 '박쥐'에 대해 들었다.

박 감독은 "이곳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아주 반갑다"면서 "하지만 뼛속까지 한국사람인 나의 영화는 한국사람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내겐 한국 관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고상한 예술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관객에게 많은 자극을 선사하자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칸에서는 '박쥐'의 어떤 부분에 가장 관심을 두는가.

▲유머에 대한 말이 제일 많았다.

이렇게 웃긴 영화인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시사회에서도 시종 폭소의 도가니였고 한국에서 관객들이 잘 웃지 않았던 장면에 웃음이 터진다고 들었다.

--국내와 다른 반응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아주 반갑다.

다양한 반응을 기대하고 만든 영화지만 웃어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웃으며 찍은 장면이 많은데 거기에 대해 웃어주니까 고맙다.

기절할 만큼의 공포감을 느끼는 것도 원하는 반응 중의 하나였지만 모두가 기절하는 것보다는 모두가 웃는 편이 낫다.

--신부 캐릭터에 대한 논란도 일부 제기되는데.
▲어느 정도는 각오한 일이지만 만약 영화에 대해 누군가 항의를 한다면 그것은 그저 신부가 흡혈귀가 되고 유부녀와 정사를 나누는 것만 보는 것이다.

영화의 모든 과정을 따라오고 숙고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만약 보통사람이었다면 살아남으려고 어쩔 수 없이 흡혈귀가 됐다고 하겠지만 영화 속 상현은 자기 책임이 아닌데도 책임을 지려고 한다.

--국내보다 해외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꿈에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한국에 내가 만든 영화를 보는 잠재적 관객의 수가 훨씬 많고,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관객이 훨씬 중요하고 소중하다.

한국에서만 성장했고 한 달 이상 외국에서 살아보지 않은, 뼛속까지 한국 사람의 정서로 만든 영화인데 누가 한국사람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는가.

--금기에 도전하고픈 욕망이 있는가.

▲영화를 만드는 행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관객한테 질문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 질문은 자극적이어야 한다.

질문이 자극적이지 않으면 근본적인 질문을 회피하려는 게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도록 하고 싶어서 때로는 폭력적인, 때로는 섹슈얼한 장면을 만든다.

자극적이기만 하다면 그것은 좀 고상한 예술이 되기에 결격사유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고상한 예술이 안 돼도 좋으니 자극을 만들어 관객에게 선사하려고 한다.

--영화 속에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배치한 이유는.
▲이 영화는 아주 폐쇄적인 작은 환경에 침투한 외부 존재에 대한 반응에 관한 영화이다.

가톨릭이란 종교나 뱀파이어도 다 서양에서 온 것이고 상현도 나여사 집안에 침입한 존재이다.

'너는 병균이야'라는 태주의 대사가 핵심 대사다.

외부에서 온 것과 한국사람들이 갖고 살던 것과의 관계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다.

한복집, 마작, 보드카 등 화합되기 어려운 요소들이 섞여 있는데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한국사회엔 모든 것이 섞여 있다.

이를 조금 더 과장해서 관객들이 잡다한 게 다 섞여 있다고 느끼길 바랐다.

(칸<프랑스>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