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서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한 예로 지난 3월 열린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린 부스가 바로 ‘리빙 엑시스 디자인’의 최시영씨가 선보인 ‘서재와 책’ 이었을 정도다.

사실 서재에 대한 로망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고대 철학자 키케로는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사람과 같다"며 서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을 서재처럼 꾸며놓고 업무뿐 아니라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활용했다. 대통령의 책상 밑에서 놀고 있는 케네디 주니어의 사진은 케네디 대통령이 '자상한 아버지'임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최근 서재의 필요성에 대해 가장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은 독서광으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일 것이다. 윈프리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누군가의 초대를 받으면 서가부터 둘러 본답니다. 주인의 지성과 품성을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죠."

이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도 양서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책을 가까이 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만의 서재를 갖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서재 꾸미기'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서재로 활용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손길이 가는 것이 바로 가구다. 독일의 유명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의 작품 '공공도서관' 시리즈에 나오는 대형 도서관처럼 웅장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역시 원목가구가 제격이다. 원목 서재가구 전문점으로 '이-라이브러리(www.e-library.co.kr)'를 꼽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서재 꾸미기의 'A to Z'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유닛 방식의 책장인 '캠브리지'를 추천하고 싶다. 보통 서재용 책장이 하나의 틀로 짜여있는 반면 '캠브리지'는 낱개로 구성되어 있어 공간의 크기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적당한 유닛을 나눠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간단한 조립 · 설치를 통해 좁은 공간의 서재에 사용할 작은 책장부터 도서관 전체 벽면에 설치할 거대한 책장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구성을 손쉽게 연출할 수 있다. 책장 기본 한 줄 가격이 150만원 선이며,책상은 200만원 선이다.

빅토리아풍의 고전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개인의 기호에 맞는 공간을 원한다면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서재를 원한다면 스타일리스트 이승민씨와 이현민씨가 함께 운영하는 '슈가홈(www.sugarhome.com)'을,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원한다면 '리빙 엑시스(www.livingaxis.com)'를 추천하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모던 빈티지 스타일이라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와인바 '쿠바'의 실내 장식을 맡은 전범진씨가 적합할 듯하다. 이 밖에 '르 씨지엠(www.sixieme.co.kr)'의 구만재 소장 사무실에 있는 서재는 '서재는 반드시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다. 그는 공사 현장에서 쓰고 남은 자재를 이용해 모던한 서재 책장을 만들었다.

요즘 서재는 단순히 책을 전시해두는 '서가'나,회사 잔무를 처리하는 '집무실'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기능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공간이 충분하다면 과감하게 한쪽 벽을 하얗게 비워놓는 것도 굿 아이디어! 가정용 프로젝터를 이용해 '우리 가족 영화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야마하의 'NX-A01'(10만원대)이나 플레오맥스 'S2-620W'(7만원대)처럼 홈시어터 기능이 있는 PC용 스피커를 장착해주면 좋다. 약간의 사치(?)를 부려 200만원을 호가하는 뱅&올룹슨(B&O)의 '베오랩 4'를 설치하면 천상의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티볼리 라디오( www.tivoliaudio.co.kr)처럼 클래식한 아이템도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얼마 전부터 거실의 한쪽 벽에 책장을 설치하고 그 앞에 '아일랜드'처럼 책상을 배치하는 서재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이미 만들어진 가구 세트보다는 홍익대 앞에 줄지어 있는 DIY가구점에서 모던한 스타일로 맞춤 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 의자와 조명스탠드가 특히 중요한데,'와츠(www.wattslighting.co)'나 '한룩스(www.ehanlux.com)'의 조명과 '모벨랩(02-512-5265)'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혹은 비트라나 카르텔의 모던한 의자 등 최대한 간결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선택해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이렇게 멋진 서재를 채울 소프트웨어,즉 책이다. 서재 하면 연상되는 고급 양장본은 피해야 한다. 자칫 '졸부' 냄새를 풍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가까이 두고 읽을 수 있는 관심 분야의 도서들을 하나둘씩 모으는 것이 서재 주인의 품위를 높이는 방법이다. 추천해주길 원한다면 어빙 펜,로버트 프랭크,리처드 아베돈,헬무트 뉴튼 그리고 구본창같이 유명한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집을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다.

김현태 패션 칼럼니스트

월간 '데이즈드&컨퓨즈드' 수석 패션에디터

kimhyeont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