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수산식품업계 '천하통일' 시도?
전문가 "M&A 성사 가능성 높아"

국내 대표 수산회사인 사조그룹이 동종 업계인 한성기업 '사냥'에 나섰다. 자회사 오양수산을 통해 한성기업의 지분을 대거 취득,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자본력이 월등한 사조그룹이 한성기업 M&A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적대적 M&A 시도는 기정 사실인 듯

오양수산이 한성기업 지분을 보유중이라고 신고한 것은 지난 13일이다. 오양수산은 공시를 통해 사조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오림과 함께 한성기업 지분 14.29%(73만9730주)를 보유중이라고 밝혔다.

오양수산 측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주일만에 한성기업 지분 10% 가량을 집중 매수한 것을 감안할 때 단순 투자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양수산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식등의 대량상황보유 보고서에 따르면 오양수산은 이달 6일부터 12일까지 5거래일간 장내에서 한성기업 주식 49만8510주를 매수했다. 지분 5% 취득 이전까지는 조금씩 사다가 5%가 넘어서는 시점에 집중적으로 매수했다는 얘기다.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면 취득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금감원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신고 의무 발생시부터 실제 신고를 하기까지 일주일간 집중적으로 지분을 늘려 한성기업 경영진의 '허'를 찔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성기업 오너 만큼만 지분을 샀다는 것도 M&A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오양수산이 취득한 한성기업 주식은 한성기업의 임우근 회장과 특수관계인(지분율 14.43%) 보유 주식보다 단 6900여주가 적다. 최대주주에 오르기엔 부담이 있어 임 회장보다는 적게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나, 오너 입장에서는 압박감이 상당할 것으로 풀이된다.

◆사조산업-오양수산-한성기업 통합 시너지는?

사조그룹이 2007년 오양수산에 이어 이번 한성기업 인수까지 성공하면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사조산업의 주식 6.38%를 보유중인 김순건 하림상사 대표는 "70여척의 배를 보유한 사조산업이 7척을 보유한 한성기업을 인수할 경우 배 정비, 유류 구매 등의 관련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성기업이 사조그룹으로 편입된다면 비용절감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성기업이 게맛살이나 젓갈류 등 수산 가공식품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는 있는 점도 M&A 이후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요인이다. 사조그룹 내 오양수산이 이 부문에서 한성기업에 다소 뒤지기 때문이다. 한성기업은 국내 시장에서 맛살과 젓갈 제품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이다.

◆M&A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적대적 M&A가 시작된 만큼 지분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분 차이가 미미해 공격하는 측과 방어하는 측 모두 필사적일 게 분명하다.

일단 자본력에서는 사조그룹이 앞선다. 사조산업은 작년 말 기준으로 27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25억원의 단기 투자자산이 있다. 한성기업도 22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36억원의 단기금융상품이 가용 가능하지만, 이자비용이 연간 40억~50억원 넘게 나가는 게 부담이다.

김순건 대표는 "사조산업의 참치는 현금 결제가 대부분이나 한성기업은 매출의 상당부분은 외상 거래이기 때문에 자본 동원 능력에서 사조그룹이 월등하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이 한성기업 오너의 대략적인 잠재지분까지 이미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자금 동원능력, 경영진의 의지, 합병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추가로 수 백억원을 들여서라도 한성기업을 인수하는 게 사조그룹 입장에서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