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들쭉날쭉한 샷 한달내 고치겠다"
타이거 우즈(34 · 미국)가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최종일 챔피언조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골프 황제'답지 않았다. 동반 플레이어인 알렉스 체카가 '빨간색 공포'에 질려 스스로 무너졌는데도,정작 우즈 자신은 솟구치지 못했다.

우승 경쟁은커녕 일찌감치 선두권에서 탈락하면서 경쟁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었다. 2007년 US오픈 이후 그가 마지막날 챔피언조로 플레이할 때 우승을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의 현 상태는 정상일까,이상일까?

미국 폭스스포츠(www.foxsports.com)는 이런 궁금증을 골퍼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우즈에게 문제가 있는가?'라는 설문에 대해 응답자(총 8만3657명)의 60%가 '아니다. 지금 잘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19%는 '들쭉날쭉한 드라이버샷'을,16%는 '퍼트감 상실'을,5%는 '코치의 잘못된 교습'을 각각 들었다. 골퍼 10명 중 4명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샷 '일관성' 떨어진 것은 스스로도 인정

우즈는 2주 전 퀘일할로챔피언십에서 2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이했지만 시즌 2승 달성에 실패한 뒤 "스윙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자가진단했다.

의도한 대로 볼이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도 첫날은 드라이버샷을 당겨 치더니 마지막날에는 첫 네 홀에서 모두 볼을 오른쪽으로 보내며 보기를 2개나 쏟아냈다.

최종일 초반 10개 홀에서 페어웨이 적중은 두 차례,그린 적중은 세 차례 했을 뿐이다. 2번홀(파5)에서는 드라이버샷을 오른쪽 숲으로 180야드 정도 보낸 뒤 두 번째 샷마저 오른편 물에 집어넣었다.

우즈는 "오른쪽을 겨냥하면 오른쪽으로,왼쪽을 겨냥해도 오른쪽으로 갔다"며 샷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한 교습가는 "우즈가 예전에는 몸통과 팔이 조화를 이루며 회전했으나 지금은 다운스윙 때 엉덩이가 먼저 돌고 팔은 나중에 따라간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샷이 오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즈 자신도 "그것 때문에 릴리스를 일찍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6월 첫 주 메모리얼토너먼트 때까지는 교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러치 퍼트'의 대가 어디 갔나

결정적 순간 필요한 퍼트(클러치 퍼트)를 우즈처럼 많이 성공하는 선수도 드물다. 3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최종일 최종홀에서 5m 거리의 버디퍼트를 넣으며 연장 돌입 일보직전에서 승부를 마감했다.

그러나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보여준 우즈의 퍼트는 실망이었다. 첫날에는 3.6m 내 버디퍼트를 일곱 번이나 실패했다. 소그래스TPC의 그린이 워낙 빠른데 햇볕에 달궈져 단단해진 점도 있었으나 평상시의 우즈답지 않은 결과다.

우즈는 "스트로크의 스피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퍼트를 잘 하는 선수 중 한 명인 그에게서 나온 말 치고는 의외다. 무릎 수술 이전의 퍼트감을 되찾지 않고는 2005년 6월 이후 근 4년 동안 유지해온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주위의 기대가 부담?

우즈는 무릎 수술을 받고 8개월 만에 복귀한 뒤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그 이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는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해에는 이맘때까지 5개 대회에 나가 우승 세 차례,2위와 5위를 한 차례씩 했으나 올해는 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한 차례,'톱10' 진입 네 차례,공동 17위 한 차례씩을 기록 중이다.

올해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두세 번 나가면 한 번은 우승해야 한다'는 주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런 과잉 기대는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스윙코치 행크 해니와 불화설도 그의 심기를 흐트러뜨린 요소가 됐다.

주위에서 '코치와 무슨 일이 있어?'라고 묻자 본인이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해명할 정도다. 그가 빨리 1승을 추가해야 주위의 의심스러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 듯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