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스피지수가 50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을 뚫고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1400선을 굳게 지켰다. 오는 14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이 초반부터 쏟아졌지만 외국인과 개인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방어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옵션만기일 이후 매수차익 잔액이 크게 줄어든 데다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옵션 만기로 인한 증시 부담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 고평가 선물은 대량 매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3.03포인트(0.21%) 오른 1415.16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고용지표 개선 등을 배경으로 상승했다는 소식에 강세로 출발한 지수는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가 장중 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한때 1405.42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2263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임에 따라 선물가격이 하락,현물(주식)과의 가격차가 좁혀져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매수 차익거래의 청산이 대량 이뤄졌다.

그러다 오후 들어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잦아들면서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가 다소 줄어든 반면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796억원과 213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지수는 막판 오름폭을 늘려 1420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그간의 주가 상승에 따른 부담감으로 한방향으로 가기보다는 단기 매매에 집중하는 양상"이라며 "이날 미결제약정이 장중 7000계약 이상 늘었다가 1600계약으로 급감한 것은 그만큼 투기성 신규 매도가 많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규 자금 유입이 부진한 성장형 펀드들이 유동성 비중을 높이기 위해 바스켓으로 묶어 주식을 팔면서 비차익거래가 연일 '팔자'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수차익잔액 7조원 이하 예상

연일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며 지수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으나 외국인이 장중에 대거 흡수,이번 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매물 부담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베이시스)가 크게 낮아진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지속되고 있어 장중 프로그램 매매로 만기 물량이 중도에 청산되고 있다"면서 "만기일에 나올 수 있는 잠재 물량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매수차익 잔액 규모가 크게 줄어든 점이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지난달 옵션만기일 직후 8조원에 육박했던 매수차익 잔액은 지난 주말 7조2814억원으로 6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날 차익거래가 2995억원 '팔자' 우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수차익 잔액은 최소 6조9000억원대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심 연구원은 "지난 3월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 이후 유입된 차익 프로그램 순매수 누적 금액도 1조1952억원으로 많지 않은 데다 이달 들어서는 7000억원가량의 매도 우위를 기록하고 있어 옵션 만기에 따른 매물 부담은 미미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선물과 옵션 간의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만기일 이후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이후 매수 포지션을 늘렸던 외국인이 최근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베이시스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프로그램 매수 전환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또 "매수차익 잔액이 바닥을 드러내더라도 베이시스 하락이 지속돼 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아지는 현상(백워데이션)이 나타날 경우 인덱스펀드의 스위칭 매매에 따른 매도차익거래가 늘어나면서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