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오의 역습… 北美 LCD TV판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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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기 '저가 전략' 주효
2년만에 다시 점유율 1위
2년만에 다시 점유율 1위
세계 최대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으로 꼽히고 있는 북미에서 중국계 미국회사인 비지오(VIZIO)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2년 만에 점유율 1위를 되찾았다. 지난 1년간 북미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보다 최대 400달러까지 값을 낮춰 경기침체로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갑문을 연 것이 성공비결이다. 비지오는 2007년 2분기에도 가격파괴 제품을 앞세워 반짝 1위에 올랐지만 품질을 앞세운 삼성전자 소니 LG전자 등의 반격에 5위권까지 밀려났었다.
TV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북미시장에서 저가공세를 벌이고 있는 비지오가 경기침체에 편승,1위에 되오르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가격인하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지오의 '저가 TV' 역습
시장조사기관인 아이 서플라이는 비지오가 북미시장에서 지난 1분기 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 21.6%를 차지해 1위로 뛰어올랐다고 10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13.0%)보다 점유율을 8.6%포인트나 높이면서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19.9%) 들어 지난해 4분기(16.5%)보다 점유율은 높아졌지만 비지오의 공세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소니(16.6%),LG전자(10.7%),샤프(9.4%)가 각각 3~5위를 기록했다.
비지오가 북미시장 1위에 오른 데는 경기침체 영향이 컸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좀더 싼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비지오의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윌리엄 왕이 직원 2명으로 2002년 캘리포니아에 세운 비지오는 중국 쑤저우 등에서 TV를 생산해 월마트,코스트코 등 유통마진을 적게 붙이는 양판업체를 통해 값싸게 TV를 판매하고 있다.
비지오는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북미 시장 점유율이 2.4%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시장에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이 회사의 점유율은 2.5%(3분기)에서 13.0%(4분기)로 뛰어올랐다.
10일 기준 월마트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비지오의 32인치 LCD TV는 427달러.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크기의 제품을 538달러,일본 소니는 547달러에 각각 팔고 있다. 아이 서플라이 관계자는 "비지오는 최근 들어서는 초당 120장의 화면을 전송해 또렷한 화질을 보여주는 40인치대 120㎐ 제품을 삼성전자와 소니보다 최대 400달러가량 싸게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LCD TV 가격인하 경쟁 벌어질까
선두자리를 빼앗겼지만 삼성전자의 반응은 차분하다. 삼성전자는 올초 기존 LCD TV보다 1200달러가량 비싼 LED(발광 다이오드) TV를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시장 점유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저가업체들과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시각은 다르다. 2007년 2분기에 삼성전자와 소니가 당시 '무명'이나 마찬가지인 비지오에 북미시장 선두자리를 빼앗긴 뒤 TV 값 인하경쟁을 벌였던 기억을 떠올려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니는 지난해 초까지 비지오를 견제하기 위해 제품값을 미국에서 500달러가량 내리면서 출혈경쟁을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미 시장의 80%가량을 비지오 삼성 소니 LG전자 샤프 등 5개 업체가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가격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