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연구개발(R&D)에 1조원을 투자하면 3조1530억원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정부의 제약산업 지원정책이 약을 비싼 값에 사주는 약가보조에 치우쳐 있어 R&D 활성화를 통한 신약 개발과 산업육성 효과를 제대로 내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김법완)과 한국지역학회(회장 서승환)는 8일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회장 피터 야거)와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이 공동 개최하는 'HT(Healthcare Technology · 보건의료산업기술) 산업의 R&D 투자 활성화 정책토론회'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의 '제약산업 R&D 투자의 경제성 효과 분석 및 정책방안 보고서'를 7일 내놓았다.

신동천 연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BT산업 R&D 투자의 경제적 효과'란 논문에서 "제약산업 R&D에 1조원을 투자하면 지적자산이 축적돼 20년간 약 3조1530억원(현재가치로 계산)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GDP도 0.4%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는 1조원을 다른 업종의 R&D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할 때 수송기계(1조5210억원)보다 2배 이상,전기전자(1조8820억원)보다 1.8배 높다는 것이 신 교수의 분석이다.

신 교수는 "정부가 전체 의약산업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연구개발 비용에 대해 세제혜택을 줄 경우 약 0.31%의 GDP 상승을,매출액의 30%까지 세제혜택을 줄 경우에는 1.11%의 GDP 상승을 가져온다"며 선진국처럼 발생액의 20~30%를 세액공제해 주는 등 과감한 세제감면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우 4년간 R&D 투자금 연평균 발생액 초과금의 50%(대기업 40%) 또는 과세 연도의 R&D 투자금의 25%(대기업 6%) 중 기업이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한편 보고서에는 제약산업 R&D 투자가 대폭 확대되더라도 신약의 혁신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채 약값을 이중 삼중으로 깎는 현 보험약가 체계를 유지하는한 신약개발 동기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다국적의약산업협회 관계자는 "글리벡은 환자들의 생존율을 90%까지 끌어올려 놓은 혁신적 신약이지만 국내에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낮은 약가가 적용되고 있다"며 "신약 개발 투자비용 이외에 혁신성도 약가에 포함돼야만 국내 신약개발 연구활동과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2006년 보험적용 의약품 선별등재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신약 도입 행정절차가 3~4개월에서 1년 정도로 늦어지고,그나마 등재 신청된 신약 가운데 40%만 허가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의약품 선택권이 차단될 뿐만 아니라 업계의 신약개발 의욕까지 떨어뜨리고 있다고 협회측은 꼬집었다.

이와 관련,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오리지널약 가격 대비 복제약 가격은 16~30%에 불과한데 한국 정부는 80%까지 쳐주고 있다"며 "복제약 생산이 훨씬 유리한 시장 구조가 지속되는 한 신약개발의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