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 17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아직 경기회복을 점치기에는 이르다며 민간이 자생적인 경기 회복력을 보일 때까지는 확장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경기바닥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공식 경기진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이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외국 언론의 평가도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최근 금융시장 안정과 일부 경제지표 개선은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과 재정집행 등에 따른 '반짝 효과'일 뿐 아직 경기회복이 추세적이거나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이 어제 "아직은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외환위기 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그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脈絡)에서일 것이다.

대내외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조심스럽고 신중한 경제인식은 일단 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성장률은 여전히 전년 동기대비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중이고 실업자는 100만명을 넘어선데다 미국 자동차 산업 위기와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 테스트 등 대내외 여건들 역시 여전히 불안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경기급락세 진정이 정부 개입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민간주도로 지속적인 경제 회복세를 유지해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 삼아 더욱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최근의 고환율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서둘러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일본 기업들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이미 다양한 기업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수시로 점검, 필요한 자금이 제때 기업에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정부도 시중 유동성(流動性)이 주식 부동산 등 일부 분야에만 지나치게 유입되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돈이 중소기업 등 생산적인 부분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