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벌규정 정비안 289건 국회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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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폭정비 합의해 놓고 올해 1건도 처리 못해
매년 기업인 3만여명 처벌…'비즈 프렌들리'말뿐
매년 기업인 3만여명 처벌…'비즈 프렌들리'말뿐
정부와 여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했던 양벌규정(종업원의 범죄를 이유로 법인이나 기업주를 함께 처벌하는 규정) 정비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 관련법률안 361건이 일괄 제출됐지만 여야간 정쟁에 묻혀 289건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해마다 약 3만명의 기업인들이 사실상 '무과실 책임'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여야 대폭 정비 한다더니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양벌규정 개선과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을 골자로 하는 '행정형벌의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중 양벌규정 개선 문제가 제기된 것은 현행 법규가 종업원을 뽑아 배치하고(선임),관리 감독하는 과정 전반에 기업주의 과실이 없어도 종업원이 죄를 지으면 무조건 법인이나 기업주를 동시에 처벌토록 해놨기 때문이다.
근대 형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하기 좋은 환경)'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를 지난해 연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보고했다. 법인과 기업주가 관리 감독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형사 책임을 면제하고,과실이 있는 경우라도 징역형은 부과할 수 없도록 법을 고치기로 했다.
여야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지난해 11월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라 정부가 다른 개정안을 제출할 때 양벌규정 개선을 집어넣은 법안(31건)을 제외한 361건을 국회 규제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 명의로 나눠서(정진석 위원장 91건,3개 교섭단체 간사 각각 90건씩) 발의했다. 하지만 4월 말 현재 개정이 완료된 법안은 지난해 정기국회 때 처리한 72건이 전부다.
◆정쟁에 뒷전
양벌규정 처리가 무기 지연되는 건 역시 여야간 정쟁 때문이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는 다른 쟁점법안들에 가려 정작 기업활동에 밀접한 양벌규정 개선안 처리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임시국회 회기 중 규제개혁특위는 딱 한 번 열렸는데 총리실과 경쟁력강화위원회 보고만 받고 산회했다.
규제개혁특위 소속 의원들의 입장은 갈린다. 진수희 한나라당 간사는 "양벌규정 개선법안은 개별 상임위로 나눠주지 말고 규제개혁특위에서 일괄 처리하자는 게 여당 입장"이라며 "그런데 야당 측에서 개별적으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측은 반대로 "환경 노동 여성 등의 분야에선 기업주의 책임을 느슨하게 하면 안 되는 분야가 있어서 꼼꼼히 살펴봐야지 '속도전'식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규제개혁특위 위원장과 각 당 간사는 양벌규정 개정안 361건을 나눠 발의한 덕분에 지난해 법안발의건수 1~4위를 휩쓸었다. 본의 아니게 열심히 일한 것처럼 됐다.
여야 힘겨루기에 정비가 미뤄지면서 양벌규정에 의한 기업주 처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7년 양벌규정으로 처벌받은 법인 또는 기업주는 3만6926건에 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법 개정이 연말에야 이뤄졌기에 처벌건수는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여야 대폭 정비 한다더니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양벌규정 개선과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을 골자로 하는 '행정형벌의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중 양벌규정 개선 문제가 제기된 것은 현행 법규가 종업원을 뽑아 배치하고(선임),관리 감독하는 과정 전반에 기업주의 과실이 없어도 종업원이 죄를 지으면 무조건 법인이나 기업주를 동시에 처벌토록 해놨기 때문이다.
근대 형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하기 좋은 환경)'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를 지난해 연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보고했다. 법인과 기업주가 관리 감독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형사 책임을 면제하고,과실이 있는 경우라도 징역형은 부과할 수 없도록 법을 고치기로 했다.
여야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지난해 11월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라 정부가 다른 개정안을 제출할 때 양벌규정 개선을 집어넣은 법안(31건)을 제외한 361건을 국회 규제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 명의로 나눠서(정진석 위원장 91건,3개 교섭단체 간사 각각 90건씩) 발의했다. 하지만 4월 말 현재 개정이 완료된 법안은 지난해 정기국회 때 처리한 72건이 전부다.
◆정쟁에 뒷전
양벌규정 처리가 무기 지연되는 건 역시 여야간 정쟁 때문이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는 다른 쟁점법안들에 가려 정작 기업활동에 밀접한 양벌규정 개선안 처리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임시국회 회기 중 규제개혁특위는 딱 한 번 열렸는데 총리실과 경쟁력강화위원회 보고만 받고 산회했다.
규제개혁특위 소속 의원들의 입장은 갈린다. 진수희 한나라당 간사는 "양벌규정 개선법안은 개별 상임위로 나눠주지 말고 규제개혁특위에서 일괄 처리하자는 게 여당 입장"이라며 "그런데 야당 측에서 개별적으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측은 반대로 "환경 노동 여성 등의 분야에선 기업주의 책임을 느슨하게 하면 안 되는 분야가 있어서 꼼꼼히 살펴봐야지 '속도전'식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규제개혁특위 위원장과 각 당 간사는 양벌규정 개정안 361건을 나눠 발의한 덕분에 지난해 법안발의건수 1~4위를 휩쓸었다. 본의 아니게 열심히 일한 것처럼 됐다.
여야 힘겨루기에 정비가 미뤄지면서 양벌규정에 의한 기업주 처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7년 양벌규정으로 처벌받은 법인 또는 기업주는 3만6926건에 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법 개정이 연말에야 이뤄졌기에 처벌건수는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