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 얻어 중환자실에 널부러져 있을 때

아버지 절룩거리는 두 다리로

지팡이 짚고 어렵사리 면회 오시어

한 말씀,하시었다

얘야,너는 어려서부터

몸은 약했지만 독한 아이였다

네 독한 마음으로 부디 병을

이기고 나오너라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란다

아버지 말씀이 약이 되었다

두 번째 말씀이 더욱

좋은 약이 되었다.

-나태주 '좋은 약' 전문

몸이 성치 못한 아버지가 몸져 누운 아들을 찾았다. 아버지는 '너는 독한 아이였으니 그 독한 마음으로 부디 병을 이기라"며 아들의 환부에 침을 놓는다. 잠자고 있던 에너지 원천을 깨우려는 그 한마디는 그 어떤 약보다 '약발'이 클 수밖에 없다. 세상은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라는 아버지의 그 다음 말엔 유머와 페이소스가 담겨 있다. 좋은 약은 쓰다지만, 아버지의 말씀에도 둥글둥글한 세상 이치를 두루 담고 있다. 세상의 아들 딸에게 아버지는 그 어떤 약보다 좋은 '명약' 이다. 내가 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도 늘 관심 가지라고 침을 놔주시던, 그래서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졌던 그런 존재. 풍파로 상처난 내 가슴을 껴안아 줄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지는 5월이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