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루이스 칼데라 백악관 군사무국 국장은 “지난 주 저공비행 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칼데라 국장은 “이 결정은 내 책임이다”라며 “이로 인해 혼돈과 혼란을 일으켰다”고 사과했다.
27일 아침 미국 공군 전투기 등 3대의 비행기가 자유의 여신상 주변을 도는 등 뉴욕 도심 상공을 낮게 비행했다. 출근길에 오르다 이 모습을 본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대피했다. 연방항공청은 뒤늦게 “공군이 사진촬영을 위해 실시한 연습비행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격분했다. 이들은 사전에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지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시장마저도 이 일을 알지 못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대체 왜 이번 연습비행을 월드트레이드센터 부근에서 가졌는지 모르겠다”며 “만일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 작전이 보안상 비밀리에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민들을 분노하게 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날 비행이 마치 9·11 테러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연습비행에 참가한 비행기는 모두 3대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예비기와 이를 에스코트한 2대의 F16 전투기다. 이들은 뉴욕과 뉴저지 상공을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30분간 비행했다. 자유의 여신상 주변을 돌 때에는 1500피트(약 457미터)까지 근접했다. 비행구간은 과거 9·11 테러가 발생한 뉴욕 도심 상공이었다.
마치 ‘에어포스원이 전투기들에 의해 납치되어 비행하는 듯한’ 모습을 육안으로 본 시민들은 공포에 질렸다. 뉴욕 시내의 여러 건물들에선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항공청은 이 연습비행을 사전에 알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슈머 의원은 "뉴욕 시민들은 여전히 9·11에 대해 선명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며 "이것은 잔인하거나, 아주아주 멍청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본 것 이상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나는 에어포스원의 모든 움직임을 알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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