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가격은 파는 업체 마음대로인가. 같은 와인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최대 두 배 차이가 났고,백화점끼리 최고 75% 비싼 경우도 있었다. 이는 와인 유통구조가 다양하고 비싼 와인일수록 업체마다 마진율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와인매장에서 180만원에 파는 '샤토 마고 1997'은 바로 옆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130만원,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선 103만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롯데가 현대보다 76만9000원(약 75%)이나 비싸다.

'샤토 라피트 로쉴드 2004'도 현대에서 157만5000원인 반면,롯데가 185만원이고 신세계는 현대보다 31.4% 비싼 207만원에 팔고 있다.

칠레산 '알마비바 2006'은 롯데 · 신세계가 2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마트가 18만원,홈플러스는 15만원이었다. 백화점 최고가가 마트 최저가보다 두 배가량 비싼 셈이다. '샤토 탈보 2005'는 이마트에서 12만원,롯데마트는 16만원으로 같은 마트끼리도 차이가 30% 이상 났다.

가격 차이가 큰 와인들은 대부분 어느 수입사나 들여올 수 있는 '오픈와인'이다.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크뤼급 와인이나 신대륙 와인 중 '알마비바''오퍼스원'(미국) 등이 오픈와인에 해당된다.

반면 '몬테스 알파'(나라식품),'빌라M'(아영FBC) 등은 한 수입사만 취급하는 '독점와인'이어서 가격 비교를 할 수 없지만 가격은 균일한 편이다.

오픈와인은 수입 당시 환율과 도 · 소매 마진이 업체마다 달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고가 와인을 싸게 팔면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는 점을 겨냥해 유통업체들이 낮은 가격에 납품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입사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최대 판로여서 이런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또 중소 수입사들은 중간 도매상을 거치면서 가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일각에선 마진을 높이기 위해 '언더밸류'라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언더밸류란 저가 와인을 수입할 때 고가 와인 몇 병을 끼워 넣어 세관에 신고,수입원가의 68%에 달하는 세금을 적게 내는 불법 관세포탈 수단이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는 "고가 와인을 살 때는 여러 곳의 가격을 비교해봐야 한다"며 "같은 와인이라도 운송수단(항공기 · 배)이나 보관방법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