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65，000，000，000，000(1경1665조원)'.

지난해 인터넷뱅킹을 통해 거래된 돈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은행권의 인터넷뱅킹을 통한 연간 거래 금액이 2007년보다 18.9%나 늘어나 1경(京)을 돌파했다고 27일 발표했다. 거래액이 1경을 넘은 것은 1998년 9월 인터넷뱅킹이 도입된 이후 최초다. 경은 1조(兆)의 1만배에 해당하는 숫자로，경을 나타내려면 영(0)이 16개나 동원돼야 한다. 그러다 보니 큰 숫자이긴 한데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 명목 기준) 규모가 1024조원에 달하는 점과 비교해 간접적으로 경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 금융 통계에선 1경을 넘는 숫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액(명목 기준)은 5경8000조원으로 몇 년 전부터 경을 넘어섰다. 소액의 증거금으로 큰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전년보다 13.1% 감소한 수치다. 한은 금융망을 통한 연간 자금 이체 총액도 지난해 4경713조3000억원에 달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앞으로 경 단위의 통계는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경을 넘어서면 해，자，양 등의 단위가 등장하게 된다. 통계 단위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얼마나 되는지 그 규모를 가늠하기가 어렵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계 단위가 계속적으로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화폐 액면단위 축소(리디노미네이션)밖에 없지만，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가령 1000원을 1원 또는 10원 등으로 화폐 단위를 바꾸는 것이다.

김현석/박준동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