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건 숨기고 유리한 점만 얘기하겠다'
'검찰보다 법정으로 무대 옮기려는 의도' 분석도

대검 중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보내온 답변서에서 `피의자로서의 권리'를 강조했다고 밝힘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서면질의서에서 마지막에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한데 대해 방어권 등 피의자로서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내용을 적는데 답변서 A4지 전체 16장 중 5장을 할애했다.

이를 놓고 구체적으로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지적하거나 도주 염려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으니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지만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무죄 추정의 원칙'과 `진술거부권'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쓴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취지로 본인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로서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숨길 부분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진술하겠다는 것으로, 같은 맥락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대통령 관저에 건네진 100만 달러의 사용처도 밝힐 수 없다는 취지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답변서 11장에는 ▲100만 달러는 권양숙 여사가 받아 채무변제에 썼다 ▲500만 달러는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정상적으로 받은 투자금이다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빼돌린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은 전혀 몰랐다는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나 언론을 통해 기존에 밝혔던 해명 이외에 새로운 내용은 검찰에서 밝히지 않고, 법정에서 다퉈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박 회장 측의 돈이 재임 기간 가족에게 건네진 사실과 최측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이미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만큼 노 전 대통령이 `적어도 법적으로는' 유죄가 아니라는 점을 최선을 다해 입증하겠다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
검찰 관계자는 "600만 달러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건넨 돈"이라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이상 어떤 해명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포괄적 뇌물 혐의로 기소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무대를 검찰에서 법원으로 옮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검찰에서 모든 `패'를 꺼내 보이면서 의혹을 키우거나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게 아니라 최대한 신속하게 법정에서 유ㆍ무죄를 다투면서 검찰의 `프레임'을 깰 회심의 카드를 내놓는다는 전략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