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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클로의 성공비결] 아홉번 깨져도 한번에 만회…'만년불황'이라 여기고 경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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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前회장의 말처럼 전 세계는 하나의 시장
    불황땐 PC·휴대폰·자동차도 우리의 경쟁상대
    '시골 양복점을 물려받아 일본 최대 의류 회사로 키운 입지전적 기업가,최악의 불황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카리스마 경영자,재산을 61억달러(약 8조2400억원)나 모은 일본 최고 갑부.'

    캐주얼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겸 사장(60)에 대한 평가다. 지난 24일 패스트리테일링 도쿄 본부에서 만난 야나이 회장의 첫 인상은 선입견과 달리 '소년' 같았다.

    160㎝가 약간 넘는 작은 키에 스포츠형 짧은 머리,위아래 치아를 다 드러내며 웃는 모습은 천진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는 시종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유니클로의 성공 요인과 향후 목표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한국 언론과는 처음 가진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야나이 회장은 "어느 책에선가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이 '세계 전체가 시장'이라고 한 말을 읽고,글로벌화를 추진한 게 지금 같은 성공을 가져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 같은 불황에도 고속성장을 지속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말처럼 전 세계는 하나의 시장이다. 의류는 전통적으로 내수 산업이지만,글로벌 시장 전체가 내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모든 고객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옷을 만들려고 노력한 게 성공비결이라면 비결이다. "

    ▼회사의 경영이념 1조가 '고객 요망에 부응해 고객을 창조한다'라고 들었다. 말로는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 아닌가.

    "그걸 어렵다고 해선 안 된다. 고객이 제품을 사줘야 기업의 존재 의미가 있다. 고객 수요가 무엇인지 찾아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않으면 고객이 제품을 사지 않는다. 기존 시장만 지키려고 해선 망한다. "

    ▼유니클로의 '브라톱'(브래지어 패드가 달린 여성 웃옷)이나 '히트텍'(보온성 신소재로 만든 내복)은 인기가 높다. 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그런 히트상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절실하게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못 만드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몇 년간 머리를 싸매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

    ▼유니클로 제품은 싸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가격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싸더라도 기능이 좋지 않고,패션이 떨어지면 옷은 팔리지 않는다. 유니클로보다 더 싸게 판 기업도 많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유니클로 제품이 싸기만 해서 팔렸다고 보면 오산이다. "

    ▼결국 유니클로 옷은 기능,패션,저렴한 가격 등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췄다는 얘긴데,그중에서도 가장 중시하는 건 무엇인가.

    "세 가지 모두 소중하다. 고객은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시원치 않으면 안 팔린다. "

    ▼불황기 기업 경영자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나.

    "만년 불황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호황을 기다리지 말고 세계 시장을 내다봐야 한다. 해외에서 팔리는 물건을 만들면 국내에선 더 잘 팔린다. "

    ▼불황 땐 소비자의 니즈도 변하지 않는가.

    "소비자들은 더 까다로워진다. 조금이라도 더 싸고,더 좋은 물건을 찾는다. 또 소비예산이 줄기 때문에 옷만이 아니라 PC 휴대폰 자동차 등도 경쟁상대가 된다. 수많은 상품 중에 선택받으려면 정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




    ▼아버지로부터 양복점을 물려받아 사업을 시작한 걸로 아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큰 회사로 키울 자신이 있었나.

    "처음엔 점포 30개에 연매출 20억엔 정도로 키우면 할 만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욕구는 컸다. 그걸 위해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했을 뿐이다. "

    ▼'2020년 매출 5조엔,영업이익 1조엔'을 중장기 목표로 발표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매년 20% 이상씩 성장해야 한다. 너무 높은 목표 아닌가.

    "모두들 그렇게 얘기한다. 하지만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는 의미가 없다. 시골 양복점 하나로 시작할 때 이 정도 회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지금도 상상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그만큼 성장할 수 없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우는 게 성장의 원동력이다. "

    ▼목표를 달성할 전략은.

    "세 가지다. 첫째 글로벌화다. 우린 세계 시장으로 더 뻗어나갈 것이다. 둘째 다양한 브랜드의 그룹화다. 현재는 캐주얼 브랜드가 주력이지만,앞으론 다른 분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셋째 벤처기업화다. 대기업이지만 벤처처럼 혁신적인 경영을 한다는 게 전략이다. "

    ▼해외 기업 인수 · 합병(M&A)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우리 회사 규모의 캐주얼 브랜드를 인수하고 싶다. 해외 기업 인수를 위해 3000억~4000억엔(약 4조~5조4000억원)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 "

    ▼업계에선 카리스마가 강한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난 카리스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장이 카리스마가 강하면 직원들이 주눅든다. 그런 문화로는 기업이 성공할 수 없다. 나는 하향식(Top-down) 경영도 하지만,똑같은 비중으로 상향식(Bottom-up) 의사 결정도 존중한다. 물론 최종 결단을 하는 건 사장이다. 따라서 사장은 가능한 한 빨리,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업이 커질수록 리더의 하향식 경영이 중요하다. 반대로 상향식 경영도 필수다. 사장의 결정이 틀렸다면 현장 직원이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원이 최고의 인재다. "

    ▼사내대학을 만들어 200명의 간부 후보를 키울 계획이라고 들었다. 이유는.

    "내가 늙었기 때문이다. (웃음) 난 사장을 65세가 되기 전에 그만두고 싶다. 경영자는 체력이 중요한데,65세가 넘으면 무리다. 그에 대비해 유니클로를 더 큰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 인재 200명 정도를 키우려는 것이다. "

    ▼65세 이전에 은퇴하면 무얼 할 생각인가.

    "회장직만 맡아 오전 10시께 출근했다가 오후 3시께 퇴근하고,매주 수요일엔 골프를 치는 게 내 꿈이다. (웃음)"

    ▼사장 후계자는 고려 중인가.

    "사장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다. 후보는 누구나 될 수 있다. "

    ▼자녀들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나.

    "두 아들이 있지만 물려줄 생각이 없다. 아이들에겐 회사 지분을 각각 10% 정도 줬다. 자식들은 대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는 역할만 시키고 싶다. 사장은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으로 뽑을 것이다. "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오너가 아닌 사원도 노력하면 나중에 사장까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좋은 인재가 모이지 않겠나. "

    ▼오너경영자는 오너십이란 장점도 있는데.

    "그런 점도 있다. 그러나 회사 사장은 정말 베스트여야 한다. 오너십 여부를 떠나 경영은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

    ▼유니클로의 한국 사업은 어떤가.

    "꽤 만족한다. 파트너인 롯데백화점도 좋고,좋은 인재도 많다. 한국 시장은 성장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점포를 지금보다 몇 배 더 늘릴 것이다. "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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