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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 인터뷰] 양익준 감독 "마음껏 무식하게 찍으세요…그러면 영화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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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영화 '똥파리' 주연까지 맡은 양익준 감독

    이상 고온 때문일까. 때 이른 '똥파리'가 날고 있다. 지난 16일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58개관에서 개봉한 영화 '똥파리' 이야기다. 지난 1월 말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 영화는 지금까지 6개 국제영화제에서 8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덕분에 '똥파리'는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바로 날기 시작했다. 개봉 1주일 만에 누적 관객 4만1462명을 기록한 것.290만명의 흥행 신화를 이룬 '워낭소리'보다 2배 이상 빠른 흥행 속도다.

    '똥파리'는 용역 깡패 상훈(양익준)의 좌절된 성장담을 다룬 영화다. 가족을 파탄시킨 아버지,배 다른 누나 등으로 인해 그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동료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욕하고 때리는 그는 우연히 연희(김꽃비)를 만나 변하기 시작한다. 연희는 상훈 앞에서는 주눅들지 않지만 가정폭력으로 그의 삶도 고단하다. 둘은 서로 위로하며 희망을 찾아가지만 사회는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똥파리'를 만들고 주연까지 맡은 양익준 감독(34)을 만났다. 하지만 그는 영화 속 '상훈'이 아니었다. 영화에서 내내 침을 뱉고 욕을 하던 상훈은 간 곳 없고 시종 미소 띤 모습이다. 하지만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칠 때면 그의 인생 역정과 촬영 현장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그럴 때는 영락없는 영화 속 상훈이었다. 시대와 불화를 겪고 있지만 대화의 끈은 놓지 않는 인물.그는 "'똥파리'는 0.1%도 거짓이 없는 내 삶과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일기장과 같다"고 했다.

    ▼독립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할리우드 영화와 다름없이 똑같은 영화일 뿐이죠.자력으로 찍는 영화라는 점만 상업영화와 달라요. '나는 독립영화 감독이다'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찍는 사람은 드물어요. 영화를 만들려면 제작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걸 자력으로 조달해서 거대 회사 등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찍다 보면 독립영화가 되는 거죠."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했나요.

    "'똥파리'의 순제작비는 2억5000만원입니다. 국내 영화 편당 평균 제작비(30억원)보다 훨씬 적은 돈이지만 제게는 컸어요.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제작 지원으로 3500만원,CJ-CGV 인디펜던트 프로모션 지원으로 1500만원을 받긴 했죠.나머지는 내 돈,부모님 돈,친구 돈을 끌어다 완성했어요. 막판에는 돈 빌릴 곳도 없었죠.5년여 동안 정들었고,영화에서 연희의 집으로 나왔던 제 전셋방을 빼고 마련한 1700만원으로도 부족해 촬영 끄트머리에는 스태프 3명으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

    ▼영화 만드는 일을 하면서 생활은 어떻게 꾸립니까.

    "어렵죠.10년 동안 배우생활 하면서 1년에 700만~800만원 정도 벌었죠.돈도 없고 영화 일도 없으면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부모님이 가끔 돈을 찔러주시곤 했는데 안 받는다고 버티다 결국 받게 돼요. 집 대문 앞에서 간다고 인사하고는 저도 모르게 멀뚱히 서 있는 저를 발견하거든요. "

    ▼영화 감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0년 동안 영화배우를 해보니 연기는 알겠는데 연출은 뭘까 궁금했어요. 평소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이야기가 생각나면 마구 적었죠.연기로는 제 안에 있는 것을 다 배출할 수 없었거든요. 감독을 할까 말까 계속 고민했죠.중요한 것은 하느냐 마느냐,선택항이 두 개뿐이라는 거예요. 선택을 못하고 있던 차에 대만 영화감독 허우샤오셴의 '생각하는 것은 물 위에 글을 쓰는 것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돌 위에 새기는 것이다'는 글귀를 읽고 '하자' 쪽으로 쓰러졌죠."

    ▼영화배우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중학교 때 제 친구가 한 방송사의 춤 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그 친구와 소주를 마시면서 '너는 가수로,나는 탤런트로 텔레비전에 나가자'고 했죠.이것이 계기였던 것 같아요. 상고를 졸업한 뒤 장난감도 팔고 가구 배달도 하고 공사판 일도 했죠.그날 번 돈을 그날 다 써버리는 하루살이 인생을 살다가 군대에 갔어요. 제대를 앞두고 갑자기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죠.그래서 수능을 보고 공주영상대학 연예연기과에 들어갔어요. "

    ▼영화 연출하는 법을 따로 배웠습니까.

    "따로 연출 교육을 받지는 않았어요. 배우를 하면서 현장에서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전부죠.그동안 제 안에 저장된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영화에선 기술보다 사람 관계가 더 중요해요. 영화 현장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스태프와 배우의 다툼에서 나오거든요. 영화 촬영 전에 인간관계를 탄탄히 해야 해요. 제 영화의 스태프와 배우는 제가 잘 알던 사람들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관상이 있는데 오랫동안 지켜보고 괜찮다 싶은 사람들을 섭외했어요. "

    ▼감독을 직접 해보니 어떤가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3~4년쯤 지나면 '아,그땐 그랬구나'라고 느낄지도 모르죠.영화 한 편 만들었다고 감흥이 '툭' 오지는 않아요. 그러면 인생이 너무 쉽잖아요? 그동안 고민했던 것을 배출할 수 있어서 후련하긴 했습니다. 상을 많이 받아서 감사하긴 하지만 기분이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죠.여자친구가 생기면 더 기쁠 것 같아요. "

    ▼영화를 만들면서 힘든 적이 있었나요.

    "촬영 현장은 즐거웠어요. 배우를 하면서 현장의 문제점을 잘 알았으니까 그것들을 안 하면 촬영장은 행복해져요. 그래서 배우와 스태프를 다그치지 않았어요. 숙식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라서 껄껄 웃으면서 영화를 만들었죠.하지만 가족 이야기를 하는 것,가족의 어두운 면을 밝히고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건 힘들었어요. "

    ▼'똥파리'는 어떤 영화인가요.

    "'똥파리'는 영화라기보다 지난 34년 제 인생의 일기장과 같아요. 0.1%도 거짓말이 없는,제 삶과 주변의 이야기죠.이 영화는 누군가를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제가 뱉고 싶은 것을 영화로 만든 것입니다. "

    ▼'똥파리'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예정된 기간에 영화를 완성하지 못해 스태프들을 내보낸 적이 있었죠.그날 돈을 싹싹 털어도 30만원밖에 없는 거예요. 그 돈으로 모든 스태프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고 다들 생업으로 돌아가라고 했죠.스태프의 90% 정도가 나갔어요. 그땐 정말 우울했습니다.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탔잖아요. 외국에서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직접 그 이유를 듣지 못해 잘 모르겠어요. 같은 사람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외국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고 우는 관객도 봤는데 겪지 않아도 같이 느끼는 것 이겠지요. "

    ▼관객이 얼마나 들 것 같습니까.

    "2만5000명이 손익분기점이라고 해요. 이미 그걸 넘겼으니 이익을 좀 내면 좋겠지만 영화는 보고 싶은 사람만 봤으면 좋겠어요. 흥행이 잘 된 '워낭소리'는 '워낭소리'이고 '똥파리'는 '똥파리'죠.돈을 많이 벌면 좋은 점은 있어요.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 하면서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요. "

    ▼감독 중에 닮고 싶은 역할 모델이 있나요.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모든 영화의 감독들 영향을 받았죠.200명이 넘을 걸요. "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는요.

    "기존 배우 중에는 없어요. 대신 '똥파리' 조감독(김종호)을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어요. 이번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묘한 믿음이 생기는 친구예요. 배우는 전문 연기자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똥파리'에는 스태프의 90% 이상이 출연했어요. 현실은 현실이지만 현실을 벗어나려는 찰랑찰랑한 순간을 표현하는 연기를 보고 싶거든요. 기존 배우들 중에는 익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이 많은데 내면의 나쁜 것까지 뱉어내는 몸짓을 저는 보고 싶어요. "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까.

    "사랑에 관한 영화요. 아직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해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도 데이트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지 못했어요. 사랑을 많이 못해봐서 예전에 만든 단편영화 제목도 '바라만 본다'였어요. "

    ▼영화감독이 되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무식하게 찍으세요. 조금 더 미쳐도 누가 뭐라는 사람은 없어요. 수류탄을 갖고 불안해 하는 것보다 안전핀을 뽑고 던져버리세요. "

    글=김주완/사진=정동헌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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