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경영이 악화된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도시바,파이어니어,엘피다 등 주요 기업들은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 참의원(상원격)은 22일 전체회의에서 일시적인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민간기업에 국책은행인 정책투자은행(한국의 산업은행과 유사)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자본을 증강시킬 수 있도록 하는 산업활력재생법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오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 법에 따라 공적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신청을 받고,주채권은행 등과 협의를 거친 뒤 공적자금 지원을 시작할 방침이다. 현재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일본 유일의 D램업체인 엘피다메모리를 비롯해 전기 · 전자업체인 파이어니어와 히타치제작소 등이다. 또 도시바와 NEC 등도 공적자금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어니어에 대해 일본 정부는 300억엔(약 4000억원)가량의 공적자금을 출자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엘피다도 500억엔의 공적자금 지원을 이달 말 신청할 예정이다.

자본 확충 대신 대출 형식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정책투자은행을 통해 '위기대응 긴급대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가 이 제도를 통해 각각 500억엔씩을 대출받았고,후지중공업도 100억엔을 지원받아 썼다.

일본 정부와 정책투자은행은 공적자금을 지원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의결권 행사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채산성이 없는 사업 정리나 구조조정 등은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수출 급감으로 일본의 지난해 무역수지가 1980년 이후 28년 만에 적자로 전락했다. 일본 재무성은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통관기준 수출이 전년에 비해 16.4% 줄어든 71조1435억엔,수입은 4.1% 감소한 71조8688억엔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