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돈이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기업 등 실물 쪽으로 옮겨가고 있지 못해 주식과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에 일시 거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 전반에 걸쳐 아직까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부작용은 생기지 않겠지만 국지적 버블이 낄 수는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도 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 가장 주의깊게 보고 있는 것이 단기자금의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3조7000억원 감소하고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이 최근 두 달도 채 못돼 3조원가량 증가한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고객예탁금이란 개인이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이다. 지난달 이후 코스피지수가 30%가량 오른 것도 이 같은 쏠림현상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은은 은행의 가계대출 태도변화에도 유의하고 있다. 지난 2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3조3000억원이나 늘면서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단기자금을 실물로 흘려보내려는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단기자금의 미세조정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함으로써 단기부동자금이 회사채 매입 등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정책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최근 회사채 금리가 상당폭 하락한 것도 이 같은 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은은 또 시중에 공급했던 자금에 대해 만기가 돌아오면 그만큼을 풀지 않고 일부를 회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1월13일 증권사와 증권금융을 통해 공급한 1조원은 지난 14일이 만기였지만 다시 공급하지 않고 회수했다. 지난 10일엔 3조원 규모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단기자금 3조원을 빨아들였다. 연 1.5%대인 단기자금금리를 연 2.0%인 정책금리에 근접하게 끌어올리고 단기부동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급속히 이동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또 금융회사에서 국고채 등을 빌려 통화량을 조절하는 증권대차제도를 통해 유동성을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유동성이 금융권에만 머물지 않고 실물로 빠르게 넘어갈 때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이후 자금을 풀 때부터 고민해오고 있는 문제"라며 "향후 경기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과잉 유동성의 후유증 방지정책을 쓰겠지만 지금은 그런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