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신뢰 위기…" 법원행정처장의 눈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6년만의 전국 법관 워크숍…'촛불재판' 개입 난상토론
일선 법관들은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해 '촛불 재판' 담당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한 것은 부당한 재판 개입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 이에 따라 신 대법관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향후 신 대법관 신병처리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20일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 법관 워크숍'을 가졌다. 21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 회의는 신 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을 당시 촛불시위 관련 사건들을 맡고 있던 단독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초래한 재판개입 파문을 수습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전국 법원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5차 사법파동 이후 6년 만이다.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 파문사태에 대한 법원 내부의 우려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워크숍에는 5개 고등법원을 비롯해 특허법원,사법연수원,20개 지방법원에서 법원별로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단독판사 등이 2~6명씩 모두 75명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법관은 법원장을 포함한 법원 내 · 외부 어떤 세력으로부터도 간섭받지 않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뉘앙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발표했던 조사 결과를 수긍하는 취지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법원 진상조사단(단장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16일 "신 대법관의 행위는 재판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에선 직접적으로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앞서 전국 판사들의 여론을 수렴한 보고서에선 신 대법관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 나왔다. 신 대법관이 재판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과,대법원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특히 개인적 면담이나 이메일 등 비공식 방법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대부분의 법원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토론에선 또 신 대법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사법행정권과 관련한 구체적 예규를 제정하고 부당한 권한행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독립기구나 직위별 판사회의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인사말에서 "비록 지금 우리 사법부가 겪는 신뢰의 위기는 뼈아픈 것이지만…"이라고 언급하다가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멈추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감정을 추스른 뒤 "더 크게 멀리 바라보면 우리 사법이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인지 모른다"며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한편 논란을 촉발시킨 신 대법관은 지난달 대법원 진상조사단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일부 언론을 통해 밝힌 후 지금까지 대법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