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은행들은 영국에 대한 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외화 조달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일 '영국 경제의 불안 요인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한국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영국 경제가 금융회사의 부실 심화와 정부 재정 악화라는 두 가지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말 현재 영국 은행의 총부채는 7조9000억파운드로 국내총생산(GDP)의 5.5배에 달하며 이 가운데 외채가 4조7000억파운드로 6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재정적자도 2007년 GDP 대비 2.8%에서 지난해 4.6%로 증가했다.

올 들어 은행 국유화 등에 구제금융을 추가로 투입하고 있어 영국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9%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영국의 금융 부실과 재정적자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은행과 기업의 영국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금융회사 정부기관 민간기업이 영국 은행에서 차입한 금액은 913억달러로 전체 해외 차입금의 25%에 달했다.

따라서 영국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경우 국내 은행과 기업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화 대출 중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대출이 63.4%나 돼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또 영국의 민간소비 위축으로 대영 수출도 당분간 감소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