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만을 남겨두면서 소환 시기와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유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의 조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4 · 29 재보궐 선거' 등 정치 상황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 수사 외적인 변수로 인해 소환 시기 지연과 함께 불구속 수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9일 브리핑에서 "정 전 비서관의 혐의가 추가로 발견돼 노 전 대통령 소환 시기가 늦춰질 것 같다"며 "소환 이틀 전 언론을 통해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 수사기획관은 그동안 "소환 시기와 방법 등은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관련자 등에 대한 조사를 거의 마무리했고 노 전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을 자신하는 점에서 이번 주 소환 가능성을 점쳐 왔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는 아예 22일로 소환날짜를 못박아 보도하기도 했다. 따라서 홍 기획관의 "늦춰졌다"는 말은 빨라도 23일,늦으면 다음 주 이후에나 소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검찰에 소환된 정 전 비서관에게 추가 불법 혐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끝낸 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 방침이었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추가 금품수수 혐의 조사가 길어지면 노 전 대통령의 소환이 다음 주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달 29일에는 재보궐 선거가 있어 30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거 직전인 다음 주 초에 소환하면 야권으로부터 '선거용 수사' 시비가 일 수 있어서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도 관심거리다.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공무원이 받은 뇌물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수천만원만 수수해도 구속영장 청구 대상으로는 충분하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달러를 모두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받았다고 확신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한 뒤 법정에서 유 · 무죄를 다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게 구속은 소환 조사와는 또 다른 차원의 '굴욕'인 만큼 검찰로서도 영장 청구의 부담은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밝히는 등 정치권 일각에서도 예우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검찰은 물적 증거 없이 박 회장의 진술과 정황 증거만을 근거로 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할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법원은 앞서 지난 9일 검찰이 정 전 비서관에 대해 100만달러를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